해외 안 나간 마오쩌둥 따라하나… 시진핑, 22개월째 두문불출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2021. 11. 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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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기후회의 화상연설로 대체… 작년 미얀마가 마지막 외국 방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탈리아와 영국에서 열린 주요 20국(G20) 정상회의와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특별정상회의에 잇따라 불참했다. 화상 연설을 하긴 했지만 코로나 이후 세계 경제 회복, 기후변화 대책을 논의하는 주요 국제회의에 연이어 빠진 것이다.

시 주석은 작년 1월 미얀마를 방문한 후 22개월째 외국에 나가지 않고 있다. 해외 순방은 물론 외국 손님과 직접 만나는 것도 대부분 피하고 있다. 시 주석이 외국 손님을 직접 만난 것은 작년 11월 베이징을 방문한 캄보디아 국왕과 황태후가 마지막이었다. 그는 “중·미 관계를 잘 처리하느냐 여부는 세계의 장래, 운명에 관련된 문제”라고 하면서도 올해 두 차례 중국을 방문한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 특사,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을 만나지 않았다. 외국 귀빈들이 참석한 중국 국제 행사도 마찬가지다. 지난 4월 하이난성 보아오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 개막식, 지난달 윈난성 구이저우에서 열린 제15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 최근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국제수입박람회에서도 화상 연설만 했다.

시 주석이 국제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코로나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우선 나온다. 최고위 지도부를 지키려는 방역 차원이라는 것이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 당시 시 주석이 약속했던 방한에 대해 중국 정부는 “한국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면 우선적으로 방한한다”는 입장을 한국 정부를 통해 여러 차례 밝혔다. 장관급 이상 관료의 경우 코로나 사태 이후 양제츠 중앙 외사위원회 판공실 주임, 왕이 외교부장, 웨이펑허 국방부장을 제외하고는 해외 순방이 올스톱된 상태다.

하지만 시 주석이 국제 무대를 피하는 이유가 방역 정책 때문만은 아니라는 해석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시 주석은 올 들어 수천, 수만명이 참석하는 국내 행사에는 여러 차례 참석했다. 7만명 이상이 참석한 중국 공산당 창립 100주년 기념 행사, 산시(陝西)성에서 열린 전국체전 개막식,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수천명이 모인 신해혁명 100주년 기념식 등에서 직접 연설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시 주석이 해외 순방을 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억지로라도 외국과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느끼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성과를 과시할 수 있는 사안이라면 몰라도 외국과 줄다리기를 하고 때로는 양보를 해야 하는 상황에 굳이 시 주석이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시 주석의 COP26 불참에 대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큰 실수”라고 비판하자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3일 정례 브리핑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것은 공허한 말이 아니라 실제 행동”이라고 했다.

내년 말 당 대회를 통해 3연임을 결정하는 상황에서 시 주석이 대면 외교보다는 국내 정치적 정당성 확보에 더 힘을 쏟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한 소식통은 “시 주석도 전화, 화상회의를 통해 외교 활동을 하고 있지만 화상과 대면 회담은 지도자 간의 유대나 소통 면에서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며 “중국도 이런 상황을 알지만 시 주석이 직접 움직이는 게 (국내 정치 측면에서 볼 때)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시 주석 이전 중국에서 가장 강력한 지도자로 꼽히는 마오쩌둥 전 주석이 1957년 소련을 방문한 이후엔 해외에 나가지 않고 우호적인 인사들을 중국으로 불러 만나는 ‘접견 외교’를 한 것처럼, 시 주석도 해외 방문을 줄이고 마오 스타일의 접견 외교를 하리라는 관측(홍콩 명보)까지 나온다.

중국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의 대면 외교가 내년 2월 4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때 재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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