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 코리아] ‘정치 신인’ 윤석열, 이젠 득점할 수 있나

최경운 정치부 차장 2021. 11. 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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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당원들, 정치 4개월차 尹을 정권 탈환전 선봉에 세워
“정권 교체가 비전”만으론 안 돼… 거친 태클 뚫고 정책 역량 보여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정치 참여 선언 4개월여 만에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면서 한국 정당사의 새로운 기록을 쓰게 됐다. 정치 데뷔 후 ‘최단기 후보 당선’ 기록이다. 국민의힘은 당의 뿌리를 1997년 11월 김영삼의 신한국당과 이기택의 민주당이 합당해 출범한 한나라당으로 삼고 있다. 한나라당의 첫 대선 후보였던 대법관 출신 이회창은 대선 후보 선출 1년 반 전에 입당했다. 윤 후보보다 훨씬 오랜 적응 기간을 거쳤다.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에 선출된 윤석열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차 전당대회에서 당 점퍼를 입고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윤 후보와 경쟁한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은 ‘정치 신인’에게 전례 없는 기회를 준 당원 선택이 야속할 것이다. 홍·유 두 사람은 20년 넘게 국민의힘 진영에서 대선 도전을 위한 벽돌을 쌓아왔다. 서로 갈라서긴 했지만 탄핵 사태 후 두 사람은 “적폐” “배신자”란 소리를 들으면서도 보수 세력의 명맥을 잇겠다고 대선에 나섰다가 패했다. 탄핵이 없었다면 두 사람은 이번 경선에서 더 선전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민의힘 당원들은 절치부심하며 다시 대선에 도전한 두 사람 대신 윤석열을 선택했다. 윤 후보는 검사장 시절 국민의힘 진영을 궤멸 위기로 몰고 간 이른바 ‘적폐 수사’를 진두지휘했지만 당원들은 문제 삼지 않았다. 현 여권 사람들이 “윤석열은 쉬운 상대”라고 해도 국민의힘 사람들은 이를 교란 전술로 받아들였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자기 진영에 칼을 겨눈 사람을 대선 후보로 밀어 올린 것이야말로 정당사에 전례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적 동물’인 사람이 파격을 선택할 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누가 뭐래도 윤 후보를 선택한 국민의힘 당심은 ‘정권 교체’다. 현 집권 세력의 ‘내로남불’에 넌더리를 낸 국민의힘 사람들은 현 정권을 상대로 저항과 승리의 기억을 가진 한때의 적장(敵將)을 정권 탈환전의 대장군으로 삼았다.

윤 후보 지인은 그가 경선에서 고전할 때마다 “윤석열은 현 정권과 600일 전투를 치른 사람”이라고 했다. 조국 수사를 계기로 현 권력과 2년 가까이 불화를 빚으면서도 살아남은 그를 호락호락하게 보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의 정치적 식견과 역량에 고개를 갸웃한 사람들에겐 “윤석열은 다식(多識)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윤 후보는 10여 차례 경선 토론에서 술자리 담화 수준을 넘어선 정책 역량이나 정치적 인식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의구심을 씻지 못했다. ‘전두환 발언’은 맥락을 알 수 없는 ‘아무 말 대잔치’란 소리도 들었다. 국민의힘 입당 전 자신했던 “호남·청년·중도를 아우르겠다”는 포부를 입증할 이렇다 할 성과도 아직 내놓지 못했다. 윤 후보가 지난 6월 말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실점을 거듭했다는 지적을 그의 캠프 인사들도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윤 후보는 이제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 “정권 교체가 비전”이란 말로는 부족하다. 과거의 전공(戰功)으로 후보 자리에 올랐더라도 이제는 집권하면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지, 또 그런 나라를 만들 수 있는지 비전과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공정을 내걸었지만 정작 공정에 목말라한 20대·30대·40대 지지율이 각각 3%, 9%, 8%에 머무는 ‘398후보’란 반대자 지적도 뼈아프게 들어야 한다.

제1 야당의 윤 후보 선출은 진영 대 진영이 권력을 향해 돌진하면서 빚어진 한국 특유의 ‘소용돌이 정치’가 만들어낸 측면도 있다. 그런 만큼 본선에서 만날 경쟁 세력은 선거전에서 일찍이 보지 못한 거친 태클을 걸고 나올 것이다. 정권 탈환전의 선봉에 그를 밀어 올린 지지자들의 선택이 옳았음을 입증하려면 이제 태클을 뚫고 골을 성공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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