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사이트 클릭 후 1초, 당신의 정보는 수천 군데로 퍼진다"

양지호 기자 2021. 11. 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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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가 만난 사람] 'NSA 기밀문서 폭로'보도한 제임스 볼

21세기 권력

제임스 볼 지음|이가영 옮김|다른|364쪽|2만5000원

“인터넷 페이지를 불러오는 1초 사이 당신의 데이터는 수백, 아니 수천 군데로 전송된다. 개인 정보를 받은 기업은 기존의 소비자 데이터를 활용해 당신이 얼마나 ‘가치 있는’ 소비자인지 판단한다.”

에드워드 스노든의 미 NSA(국가안보국) 기밀문서 폭로 보도를 한 영국 가디언 취재팀 일원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언론인 제임스 볼은 신간 ‘21세기 권력’에서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인터넷의 어두운 면모를 폭로한다. 미국 국방예산 지원을 받아 탄생한 인터넷은 이제 세계 40억명이 사용하는 필수 인프라가 됐다. 이곳에서 사용자는 자신도 모르는 채로 시시각각 개인 정보를 자발적으로 넘기고, 인터넷을 지배하는 소수는 무수한 부(富)를 거둬가고 있다. 볼은 신간 ‘21세기 권력’에서 인터넷 개발자, 개인 정보 기반 광고 시스템(프로그래머틱 광고)을 개발한 창시자 등을 연쇄 인터뷰하며 그 구조를 드러낸다. 국내 출간에 맞춰 최근 볼을 서면 인터뷰했다.

-인터넷이 기존 엘리트와 부자에게 더 큰 힘을 건넸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혁명은 ‘백인’ ‘남성’ ‘원래 부자’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낳았다. 성공한 인터넷 기업은 대부분 백인 남성이 차렸다. 이들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돈을 대는 벤처 캐피털을 통해 원래부터 부유했던 개인 투자자에게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주고 있다.”

퓰리처상을 받은 영국 언론인 제임스 볼은“인터넷은 권력과 부를 백인, 남성, 부자에게 건넸다”며“변화를 위해서는 인터넷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Paul Clarke

-우리 개인 정보가 이렇게까지 널리 퍼지나.

“사이트를 열 때마다 우리의 데이터는 수천 군데로 전달되고, 그 수천 개의 기업에서 데이터를 분석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한다. 이 모든 과정이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완료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겠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은 2018년 사사분기에 393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는데, 그중 326억달러가 광고 수입이었다. 구글은 검색 엔진 회사가 아니다. 주력은 광고다.”

-개인이 인터넷 광고 시스템에 저항할 방법이 있나.

“개인이 분리수거를 잘한다고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한 사람이 인터넷 사용 이력을 관리하는 식의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 현 인터넷 시스템은 우리 행동을 일일이 파악하고, 이렇게 모인 정보는 기업이 사고팔고 있다. 특정 사이트에서 쿠키(웹사이트 방문 기록을 저장하는 데이터) 수집을 거부하는 것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그 결과가 저질 인터넷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 광고 시스템은 당신이 누군지 안다. 미국 기업은 뉴욕타임스 독자에게 광고하고 싶을 때 뉴욕타임스보다 광고 단가가 낮고, 해당 독자가 자주 방문하는 사이트를 찾는다. 이런 인터넷 광고는 좋은 기사를 쓰는 언론사의 수익을 줄였을 뿐 아니라, 수많은 저질 콘텐츠 사이트를 양산했다.”

-기업만 문제인가.

“인터넷은 최초에 아는 사람들끼리 소통하는 수단으로 등장해 정보를 도중에 탈취하기 용이한 구조다. 미 NSA를 비롯해 영국도 ‘템포라 프로젝트’와 ‘옵틱너브’를 통해 개인 정보를 수집했다.” 템포라는 영국에서 나가고 들어오는 모든 문자메시지 데이터를, 옵틱너브는 웹캠 영상을 수집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페이스북 등 거대 IT 기업을 반독점법으로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독점법은 온라인 기업을 규제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20세기에 효과적이었던 수단일지 몰라도 이제는 아니다. 반독점법이라는 ‘망치’가 있으니 IT 공룡들이 일으키는 문제를 ‘못’이라고 착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을 규제하는 새로운 법 제정이 필요하다.” 그는 페이스북이 경쟁사나 마찬가지인 와츠앱을 인수할 때도 ‘의문을 제기한 사람조차 없었다’고 책에 썼다. 그는 대안으로 대중의 조직적인 정치적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인터넷은 월스트리트가 아니다. ‘점령하라’ 같은 시위가 가능할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구글이나 인스타그램을 영원히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하루나, 한 주 정도 집단적으로 사용하지 않을 수는 있다. 오프라인에서 시위를 벌이는 것도 현 인터넷 시스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알맞은 규제 조치를 마련할 수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촉발한 2008년 금융 위기를 다룬 영화 ‘빅 쇼트’는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라는 문구로 시작한다. 인터넷이 그렇다. 역사도 원리도 정확히 모르지만 매일 사용하는 데 지장만 없으면 된다고 생각하며 사용한다. 볼은 “인터넷에 대한 우리 태도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비슷하다. 굳이 자세히 알 필요 없다고 생각하다가는 비슷한 파국이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그는 최근 논란이 된 넷플릭스 인터넷 망 이용료 미지급 논란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넷플릭스와 인터넷 망 제공사 간의 상업적 분쟁인데, 넷플릭스는 이걸 ‘망중립성’ 문제라며 원칙에 관한 것으로 프레임하고 있다. 대부분 이런 기업 간의 분쟁은 판결이 아니라 양사 간 합의로 마무리된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분쟁도 비슷하게 마무리되지 않을까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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