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령의 올댓비즈니스] 트렌드가 의미 없는 시대, 트렌드 읽는 이유

박소령·퍼블리 CEO 2021. 11. 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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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트렌드 노트

연말이면 놓치지 않고 꼭 사는 책이 있다. ‘세계경제대전망’ 시리즈. 빨간 바탕에 흰색으로 ‘The Economist’가 박힌 강렬한 로고로 유명한 영국 경제 전문 잡지가 매해 부지런히 펴낸다. ‘다음 해에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까?’라는 질문에 대해 전문가 수십 명이 쓴 짤막한, 그래서 읽기에 부담이 없는 글 모음이다. 전 세계 독자를 상대하는 잡지답게 다루는 주제도 스케일이 남다르다. 지금 같은 초연결 시대에 세계시장 트렌드를 핵심만 간결히 파악하기에 좋다.

그렇다면 한국이라는 시장의 로컬 트렌드는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트렌드를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트렌드에서 벗어나 있다는 의미 같아서 뜨끔하지만, 다행히도 나 같은 사람이 많아서인지 새해 트렌드를 전망하는 책이 우수수 쏟아진다. 그러다 보니 트렌드 서적이 나오는 시기는 점점 더 빨라지는 중이다. 10년 전만 해도 12월에 나오던 책들이 이제는 10월부터 독자의 선택을 받고자 치열하게 경쟁한다. 불확실성이 큰 미래를 미리 준비하고픈 사람들의 마음이 ‘빨리빨리’라는 한국 스타일과 결합된 결과 아닐까.

‘2022트렌드노트’(북스톤)는 2017년부터 시작된 시리즈다. 이 책의 강점은 데이터 분석과 해석에 기반한 트렌드 전망을 한다는 것. 인스타그램, 트위터, 블로그,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관측하고 데이터로 집계해서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소셜미디어와 디지털 도구를 활발하게 사용하는 사람들, 즉 밀레니얼과 Z세대가 주도하는 트렌드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프롤로그에서 인상적 문장이 나온다. “우리는 같은 사회에서 같은 시간대를 살고 있지만 같은 것을 바라보고 있지 않다. 각자의 경험치와 지식의 방향성이 흩어진다.”

모두가 동시에 함께 알던 것들은 점점 더 줄어들고, 각자의 세계 속에서 개인의 취향은 점점 더 뚜렷해지는 시대. 이런 시대에 트렌드라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내가 몰랐던 세계의 한 조각을 이해하는 것이 새해를 대하는 마음가짐의 출발점일 수 있기에, 나는 연말에도 트렌드 서적들을 탐독할 계획이다. 박소령·퍼블리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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