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아이돌을 납치·감금한 여자.. 한국판 '미저리'
성소년
이희주 지음|문학동네|348쪽|1만4500원
스릴러 영화 ‘미저리’ 같은 여자 넷이 있다. 사랑하는 아이돌을 납치해 시골 산장에 감금했다. 기억을 잃고 다리가 부러져 거동하지 못하는 아이돌을 돌보며 빗나간 사랑을 실현하는 중이다. 이 음침한 장소에 불청객이 찾아온다. 산장 주인의 손자와 그의 친구들에 이어 아이돌이 탔던 차를 추적하던 동네 경찰까지 산장 문을 두드린다. 굳게 닫아놨던 여자들의 비밀이 조금씩 열리면서, 광기 어린 범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희주는 전작 ‘환상통’에서 여성들이 아이돌에게 품는 사랑의 감정을 상세하게 분석한 데 이어, 이번엔 그 사랑이 어디까지 왜곡되고 어두워질 수 있는지 탐구했다. 범죄 소설의 외양을 하고 인물 심리를 추적하는 내면 소설이다.
주인공들의 광적 사랑은 결핍에서 나온다. 돈을 얻는 대신 사랑을 포기한 ‘트로피 와이프(trophy wife·성공한 남성의 과시용 아내)’, 예쁜 외모에 아이돌이 그에게 보여준 특별한 반응 때문에 팬덤에서 질시받는 여자, 비극적 교통사고로 가족까지 잃고 마음 둘 곳 없어진 왕따, 아들을 남편에게 빼앗기고 버림받아 모성애를 쏟을 기회를 잃어버린 엄마. “그는 노래하고 춤을 추며 아주 반짝이고 있었다. 그게 전부였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이들은 아이돌에게 반했다. 이들에게 아이돌은 사랑의 대상이면서 억눌린 욕망을 해소할 출구다. 도구화된 사랑은 인간을 진짜 도구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고 소설은 경고한다.
순수에서 광기로 치닫는 심리를 사실적으로 그리지만, 일부 설정과 장면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친모가 아들을 납치하는 범행에 공모하고, 우연히 범행에 성공하는 모습이 특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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