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눕코노미' 타고 '황제 격리' 해볼까? 겨울 휴가 전쟁이 시작됐다

남정미 기자 2021. 11. 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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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부터 프랑스 파리까지
'위드 코로나' 여행 A to Z
그래픽=김현국

경기도에 사는 직장인 권모(33)씨는 지난달 중순 뉴욕·샌프란시스코 등 2주간 미국 주요 도시를 여행했다. 뉴욕 타임스 스퀘어의 화려한 전광판 사이를 걷고, 샌프란시스코 해산물 전문 식당에서 근사한 한 끼를 즐긴 그야말로 ‘자유 여행’이었다.

권씨는 “주변에 다녀온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니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겠구나’ 싶었고, 무엇보다 비행기 좌석이 너무 널널해서 안심이 됐다”며 “코로나 초기 서구 사회에 나타났던 아시아인 혐오 등이 걱정이었는데, 오히려 레스토랑이나 쇼핑몰 직원들이 정말 친절해서 좋은 기억만 가지고 왔다”고 했다.

코로나 초기 전 세계 각국은 비자 발급을 잠정 중단하거나, 강력한 격리 조치를 취하는 등의 방식으로 사실상 외국 여행객에게 빗장을 걸어 잠갔다. 해외 여행이 어려워지며 항공사들은 일부 부정기편을 제외하고는 잠정 운행 중단에 들어갔다.

코로나 백신이 개발되고, 전 세계가 백신 접종을 가속화하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3일 인천~하와이 노선 운항을 19개월 만에 재개했고, 최근 태국 정부는 한국을 포함한 63국 코로나 백신 접종 완료자의 무격리 입국을 허용했다.

숙박 앱 ‘여기어때’가 지난 10월 12~21일 이용자 1942명을 대상으로 ‘위드 코로나(with corona·단계적 일상 회복)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활동’을 조사했다. 1위가 ‘자유로운 여행’(81.5%)이었다. 지난 1일부터 한국은 ‘위드 코로나’를 시작했다. 1차 접종률이 전 국민 80%를 넘고, 2차 접종률도 75%를 넘으면서다. ‘아무튼, 주말’이 위드 코로나 시대 슬기로운 해외여행 생활을 안내한다.

◇접종 완료 증명서, PCR 검사 음성 필수

직장인 권씨는 어떻게 미국 여행이 가능했을까? 11월 3일 기준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차 접종까지 완료 후 2주가 경과한 사람 또는 얀센 백신 1회 접종 후 2주가 경과한 사람은 격리 없이 자유롭게 미국 여행을 할 수 있다. 권씨는 얀센 백신 접종 완료자다.

미국 여행 전 허가서인 ESTA 비자를 발급받는 등의 절차는 코로나 이전과 같다. 다만 출국 전 72시간 이내에 실시된 코로나 PCR 검사 음성 확인서, 영문으로 된 접종 완료 증명서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영문 백신 접종 완료 증명서는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신청 가능하다. 권씨는 “미국 도착 후, 공항 직원이 무작위로 승객을 선별해 코로나 음성 결과지를 확인했다”며 “이후 입국 절차는 30분도 안 걸려 순조롭게 끝났다”고 했다.

주(州)마다 다르긴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백신 접종 완료자만 식당에서 식사할 수 있는 등 접종 완료 증명서는 여행지 곳곳에서 쓸 일이 많다. 입국 과정에서 확인하지 않더라도 꼭 챙겨야 한다.

한국으로 들어올 때도 출발일 기준 72시간 이내 발급된 코로나 음성 결과지를 필수로 제출해야 비행기 탑승이 가능하다. 권씨는 미국 내 코로나 검사 기관인 컬러(color)에서 검사를 예약해, 코로나 검사를 받고 약 30시간 후 이메일로 음성 결과지를 받았다. 이 결과지를 프린트해 귀국편에 탑승하면 된다.

한국에선 해외 입국자가 코로나 예방접종을 완료하고, 코로나 진단 검사 결과가 음성이며, 증상이 없으면 자가 격리를 면제해주고 있다. 대신 입국 1일 안으로 보건소에 가서 코로나 검사를 한 차례 받고, 입국 6~7일째 추가 코로나 검사를 통해 음성을 받아야 한다. 단, 브라질⋅미얀마 등 일부 국가에서 오는 입국자는 예방접종 완료자라고 해도 격리 면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금 가면 ‘눕코노미’에 ‘황제 격리’ 가능?

예비 신부 이모(32)씨는 오는 9일 미국령 괌으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이씨는 “제주도 신혼여행을 알아보다가, 너무 비싸서 괌으로 여행지를 바꿨다”고 했다. 이씨는 “제주도 유명 특급 호텔 1박 비용이 80만원부터 시작하는 데 비해, 괌은 가장 대표적인 호텔도 30만~40만원 선”이라며 “비행 시간도 4시간 정도로 가까운 데다 진에어 등 저가 항공 취항지라 비행기 표도 저렴하다. 면세점 등도 이용할 수 있어 제주도보다 가성비가 훨씬 좋다”고 했다.

실제 여행 플랫폼인 마일리얼트립에 따르면 11월 3일 기준 한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해외여행지 1·2위는 미국령 괌과 사이판이다. 괌의 경우 미국 본토와 마찬가지로 접종 완료자면 따로 격리를 할 필요가 없다. 출국 전 72시간 이내 실시된 PCR 음성 확인서와 백신 최종 접종 증명서만 있으면 된다.

사이판은 한국과 처음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여행 안전 권역)’을 맺은 곳으로 ‘황제 격리’ ‘호캉스 격리’로 소문이 났다. 사이판에선 5일 동안 지정된 곳에서 격리를 하고, 입국 후 1일·6일 차 두 차례에 걸쳐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 때 프라이빗 비치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사이판 내 특급 호텔에서 격리가 이뤄져 이런 별명이 붙었다. 숙식과 코로나 검사 비용도 북마리아나제도 당국이 지원한다. 지정된 여행사 패키지를 이용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북마리아나제도 관광청 관계자는 “연말까지 벌써 예약이 대부분 마감됐다”고 했다.

비행기 탑승객이 크게 줄고, 거리 두기로 좌석 간격은 넓어지면서 ‘눕코노미’란 말도 생겼다. 이코노미 좌석 한 줄이 통째로 비어 있어, 마치 비즈니스 좌석처럼 누워갈 수 있다는 뜻이다.

마이리얼트립 이동건 대표는 “괌⋅사이판 등을 비롯해 파리나 바르셀로나, LA 등 유럽 및 미주 도시가 인기가 높다”며 “마이리얼트립 내 해외 거래액도 올해 1월 대비 최근 10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프랑스⋅스페인⋅스위스 등 유럽 국가에서는 국내 백신 접종 완료자에 대해 미국과 비슷한 격리 면제 정책을 시행 중이다.

◇현지에서 양성반응이면 비행기 못 타

여행을 떠날 때는 현지에서 실시한 코로나 검사 결과가 양성일 경우도 염두해 둬야 한다. 이 때는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현지에서 코로나 치료 등을 받아야 한다.

오는 12월 하와이 여행을 계획 중인 직장인 신모(34)씨는 “10년에 한 번 있는 회사 재충전 휴가를 국내에서 보내기 아쉬워 하와이행 티켓을 끊었다”면서도 “만약을 대비해 과거 체류 경험이 있는 나라와 도움받을 수 있는 지인 등이 있는 곳으로 여행지를 골랐다”고 했다.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는 입국 시 코로나 치료비 등이 보장되는 보험을 필수로 요구하기도 한다. 태국에서는 5만달러 이상의 치료비 보장 보험 가입서, 오는 15일부터 무격리 여행이 시작되는 싱가포르에선 치료·입원비 3만 싱가포르달러 이상을 보장하는 여행자 보험이 필수다. 국가별 확진자 수와 방역 사항에 따라 세부지침은 시시각각 바뀌므로, 입국 전 관할 재외공관 홈페이지(http://overseas.mofa.go.kr)에서 해당국가별 입국 절차 정보 등을 확인하는 게 빠르고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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