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의 미술소환] 원형보존
[경향신문]
아인슈타인이라는 천재과학자의 뇌에 담긴 신비를 파헤치고 싶었던 병리학자 토머스 하비는 아인슈타인 사망 후 그의 뇌를 훔쳐 보관했다. 사진을 찍고 240조각으로 잘라 살폈지만 특이점을 발견할 수 없었던 그는 세계 과학자들에게 뇌조각을 보내 연구를 제안한다. 신경과학자 메리언 다이아몬드가 그의 뇌에서 일반인보다 신경교세포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처럼 표본이 본연의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표본은 효용성을 상실해 무의미하게 폐기된다. 의학박물관에서 1년 동안 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1900년대 초반에서 1960년대 사이 제작한 인체 액침표본의 복원과 보존 업무를 담당했던 작가 이소요는, 인체표본에 대한 새로운 각성의 기회를 만난다. 태아의 복부지방 처리 문제를 살피던 그는 관계자들로부터 이 표본이 폐기물로 분류되었으니 하수구에 따라버려도 된다는 지시를 받았다.
그러나 작가는 그 프로토콜을 차마 이행하지 못하고 수년간 이 표본을 보관했고, 의학박물관에서 했던 작업 단계 역시 꼼꼼하게 사진으로 기록했다.
작가는 시간이 흘러 썩고 사라져 가는 인체표본을 다루는 사람들의 고민을 목격하면서 생명체와 그 흔적에 대한 윤리의식을 재고한다. 처음에는 인체의 구조와 병리에 대한 정보를 심도 있게 파악하기 위한 의도로 만들어진 표본이, 점차 문화사적 유물이 되거나, 이벤트적인 전시품으로 활용되는 사례를 접하면서, 살아 숨쉬던 몸이 도구화되는 동시대 상황에 대한 작가의 문제의식도 높아졌다. 그의 고민은 생명과학, 자연사, 예술이 공유하는 생태관과 연구방법론에 대한 탐구로 이어졌고, 연구 과정에서 수집한 자료를 ‘원형보존’이라는 전시로 선보이면서 생명을 둘러싼 다른 시선을 호출했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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