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치 권력이 뿌려놓은 뒤틀린 '反韓감정' 해부

김청중 2021. 11. 6.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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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혐한(嫌韓)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혐한은 일본에서 하나의 정치수단이자 산업·시장이고 사회문화다.

책 '일본발(發) 혐한 바이러스-일본 지배계급의 비틀린 정치공학'은 단순히 혐한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혐한론의 담론을 형성하는 주요 내용은 일본의 우월성과 한국의 열등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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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선인/2만8000원
일본발(發) 혐한바이러스/이현주/선인/2만8000원

일본의 혐한(嫌韓)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는 더욱 짙다고 했는가. 한쪽에서 한류의 흐름이 커질수록 다른 한쪽에서는 혐한의 독버섯이 퍼지고 있다. 역사적 관계가 밀접한 두 나라 사람들 사이에 아(我)와 비아(非我)를 구분해 타자를 희화화하거나 증오하는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책임 있는 공직자·정치인·기업인이 일상적으로 다른 나라와 민족에 대해 모욕적인 언사를 공개적으로 반복하는 나라, 주요 서점에 특정 나라와 민족을 멸시하는 내용의 단행본·만화·잡지 코너를 마련해 버젓이 판매하는 나라는 현대 선진문명국 중 일본 외에 또 있을까. 혐한은 일본에서 하나의 정치수단이자 산업·시장이고 사회문화다.

책 ‘일본발(發) 혐한 바이러스-일본 지배계급의 비틀린 정치공학’은 단순히 혐한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30년 이상 경력의 베테랑 외교관 출신인 저자 이현주 전 주오사카 총영사는 혐한이라는 키워드로 한·일 관계를 천착한다.

혐한론의 담론을 형성하는 주요 내용은 일본의 우월성과 한국의 열등성이다. 혐한은 역사적 허구인 신공왕후의 신라 정벌이 ‘역사’로 기록된 8세기 고사기, 일본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공왕후의 신라 정벌설은 조선후기·에도(江戶)시대 조일국력차로 일본 저변에 흐르던 조선멸시관(觀)에 녹아들었다. 결국 메이지(明治)유신 시대를 맞아 정한론(征韓論)의 원형으로 부활했다.

현재 혐한론의 확대 배경으로는 1000년 이상 계속된 조선멸시관이라는 역사적 토대 위에 한·일 간 국력 격차의 축소 내지는 한국의 추월에 따른 한국 콤플렉스의 형성, 집권 세력을 포함한 기득권 세력의 국내 정치적 악용 등을 들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상징하는 우익 세력의 혐한 활용에 대한 지식인과 언론의 순응, 침략과 지배를 부인하는 일본의 역사부정주의는 그 공범이다.

특히 미국 정부와 지식사회의 친일 경향이 동아시아 근현대사의 갈등을 초래했다는 점과 혐한의 한국식 재수용을 지적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매춘부’라는 논문이나 한국 지식인들이 쓴 자학적 저작들의 족보가 밝혀진 셈이다. 이 점에서 제목에서 빠진 부분이 있다. ‘일본발’ 다음에는 ‘한국착(着)’이라는 보이지 않는 수식어가 있다. 세계인의 보편적 시각과는 다른 일본 특유의 독특한 관점에 대한 설명은 일본을 이해하는 실마리를 준다.

최초 북한 상주 한국 공무원(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신포사무소 초대 대표)으로 2년간 있었던 경험을 살려 일본인의 심리구조와 행동양식을 북한 주민과 비교해 소개하는 부분들도 재미를 준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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