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감각 뛰어난 정치현인의 사상 세계
이정복 외 16인 지음
중앙북스
정치사상과 사회발전
김홍우 외 15인 지음
중앙북스
이홍구 선생의 미수를 맞아 후학들이 쓴 두 권의 책이 출판됐다. 이홍구 선생은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를 지낸 정치학자이자 이후 통일부총리와 국무총리, 주미 대사로 활약한 우리 사회의 대표적 원로이다. 총 33인의 필자가 참여한 기념 문집은 이홍구 선생의 이러한 활동을 반영하여 그의 전공 분야였던 정치사상을 다룬 책과 그가 활동한 한국정치를 다룬 책으로 이뤄졌다. 이홍구 선생은 너그러운 중용의 사람이자 균형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극단적 논리를 배격하고 독선과 교조주의에 반대했지만 강해야 할 때는 강한 외유내강의 유연한 원칙을 지닌 국제 신사이다. 두 권의 책에는 그의 이러한 개성을 반영한 후학들의 글이 실려 있다.
헤겔이 법철학에서 말한 정신의 본질은 자유 스스로 역사의 의식적 주체가 되는 것이며 따라서 자유라는 시대정신의 공유 필요성을 강조한 주장은 사기열전으로부터 잠자던 자유와 자발성에 기초한 공화정의 울림을 읽어내는 글과도 맞닿아 있다. 아렌트로부터 초국적인 동시에 다원적이고 수평적이며 평화적인 소통과 협력의 구조를 발전시킬 지혜를 얻어오자는 글과 포퓰리즘을 인민주권과 다수결의를 내세우며 헌정주의와 자유주의 원칙을 무시하는 신념의 정치로 규정하는 글, 롤스가 덕성을 무시하지 않았고 질서 있는 사회에서는 헤겔의 공동체적 요소를 수용했다는 분석도 흥미롭다.
이홍구 선생이 현실정치에 기여한 가장 뚜렷한 업적은 1989년 우리나라의 공식 통일정책으로 채택된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입안일 것이다. 이 방안으로 우리의 통일정책은 한국사회가 반복해온 반공주의와 민족주의의 극단적 대결을 넘어서는 극적인 돌파를 이뤄냈다. 남북문제를 국제관계가 아니라 민족내부의 두 체제 사이의 문제로 보는 이 시각은 학문적 실천과 실천적 지혜 사이의 균형감각을 보여줬다고 평가된다. 이홍구 정치학의 세 기둥은 정치학의 현실적합 중요성, 정치현실은 진전과 후퇴의 열린 세계라는 시각, 보편적인 진리보다는 개별 사회의 역사·제도·문화에 근거한 분석 필요성의 강조이다. 그의 미수를 맞아 출판된 두 권의 책은 유머가 넘치는 평온한 말속에 자연에 거역하지 않고 사물의 흐름에 순응하는 지혜로 이러한 정치학 연구의 목표를 쉼 없이 추구해 온 이홍구 선생의 모습을 담고 있다.
김남국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한국정치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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