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여야로 나뉜 안보

구윤모 2021. 11. 5.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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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5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예정된 국방부 청사.

여당 의원들은 야당 의원들이 국방부까지 와서 안보 현안과 무관한 정치적 구호를 내걸어 국감을 방해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국감 기간 여야는 각 당 대선 후보들의 안보 관련 정책과 발언을 서로 문제 삼으며 양보 없는 기 싸움을 이어갔다.

하지만 올해 대한민국 안보 최일선에서 국감을 지켜본 기자의 눈에는 오히려 그 반대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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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5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예정된 국방부 청사. 개의 시각인 오전 10시가 지나도 국감은 열리지 않았다.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의 ‘대장동 손팻말’ 설치를 놓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반발하며 국감이 파행된 것이다. 그러자 여당 의원들이 국방부 기자실을 찾았다. 여당 의원들은 야당 의원들이 국방부까지 와서 안보 현안과 무관한 정치적 구호를 내걸어 국감을 방해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를 그냥 두고 볼 야당이 아니었다. 야당 의원들도 곧바로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대장동 의혹이 국방 현안과 무관치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파행을 여당 탓으로 돌렸다. 결국 양당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국감을 열지 못했다. 양당의 정쟁 속에 국방부는 자신의 안방에서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로 전락했다.

국방위 국감은 계속해서 파열음을 냈다. 같은 달 15일 군인공제회 등 4개 기관에 대한 국감 역시 같은 이유로 오전 시간을 허비하다 오후 2시가 돼서야 국감을 시작했다. 그나마 열린 합동참모본부 등 다른 기관 국감에서도 한 야당 대선 후보 측에서 운영한 카카오톡 채팅방에 현역 군인들이 참여한 것을 두고 여야 의원 간 장시간 격론이 펼쳐졌다. 국감 기간 여야는 각 당 대선 후보들의 안보 관련 정책과 발언을 서로 문제 삼으며 양보 없는 기 싸움을 이어갔다.
구윤모 외교안보부 기자
문재인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 국방부 국감의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 강조됐다. 올해 군에서는 성폭력 사건과 부실급식, 청해부대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 등 내부적 문제가 잇따라 터져 나왔다. 이번 국감은 군의 낡은 시스템과 부족한 문제 대응을 되돌아보고 그동안 군의 변화와 앞으로 계획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자리였다.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도 날이 갈수록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우리 군의 대비 태세를 면밀히 살피고 국민에게 알려야 하는 보고의 장이기도 했다. 대장동 관련 의혹이 국민적 관심사는 맞지만, 적어도 국방위에서만큼은 최우선순위가 아니었다.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다. 대통령이 곧 안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곧 대선을 앞둔 국방위 여야 의원들의 기 싸움은 백번 양보해 이해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그 전장은 최소 국감장이 돼야 했었다. 정쟁으로 국감 자체를 열지 못한 것은 어떤 이유라도 국민이 용납하기 어렵다. 산적한 국방 현안을 놓고 국회와 군 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마련하기에도 시간이 촉박한 때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속은 타들어 간다.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는 말이 있다. 우리 영공과 영해, 영토는 물론 가장 중요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안보만큼은 정치에 매몰돼선 안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올해 대한민국 안보 최일선에서 국감을 지켜본 기자의 눈에는 오히려 그 반대로 보였다. 안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중요한 이 격언이 여야의 자기 합리화 수단으로 전락한 듯했다. 안보에 여야 있고, 여야에 안보는 없었다.

구윤모 외교안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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