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문화] K-팝, 한류의 새로운 시작

- 2021. 11. 5.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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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스타 위상 기대치 넘어서
英 록밴드가 BTS에 손 내밀어
K-팝 이제 세계 어디서도 통해
아티스트들에 자신감 심어줘

K-팝의 대표주자 방탄소년단(BTS)과 영국의 대중음악 밴드 콜드플레이가, ‘마이 유니버스’라는 새 노래를 발표하면서 다시 한 번 K-팝과 한류가 주목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비롯한 한국식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우리의 문화가 세계 곳곳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는 사실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옛 자료를 찾아보니 딱 20년 전, 우리의 음악을 알리기 위해 세계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한국의 월드뮤직 속에는 국악이 있고, 한국 문화가 있다는 사실을 수없이 전파했던 기억이 난다. 여러 학술회의와 포럼 등에서 다뤘던 화두는 21세기를 맞이해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릴 수 있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제 콜드플레이라는 세계적인 대중음악 밴드가, 우리나라 대중음악 스타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상황이 왔다. 20년 만에.

당시 필자는, 대중음악 속에도 우리 문화를 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른바 ‘한류’로 일컫는 우리의 대중음악에는 우리만의 것을 담아내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오히려 국적은 알아볼 수 없지만 ‘글로벌’이라는 단어를 앞세워 국적 불명의 대중음악이라는 부정적인 부분이 좀 더 보인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실제로, 당시 아티스트들과 전문가들은 국악을 앞세워 음악 장르와 장르가 서로 교류하는 ‘크로스오버’에서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그래야 누가 들어도 특정 지역만의 문화를 담은 그 지역만의 음악, 이른바 ‘한국의 월드뮤직’이라는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런 노력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황우창 음악평론가
이런 방법론은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든 각국의 아티스트들과 전문가들이 자국의 음악과 예술, 문화를 알리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팝이나 재즈 등 기존의 여러 대중음악 시장을 뚫을 수는 없기에, 당시 주목받고 있는 ‘월드뮤직’이라는 장르를 통해 각 나라의 문화와 예술을 알리려는 노력은 1980년대 중반 이후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그러니 당시 흐름으로는 이런 판단을 하는 게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어쩌면 가장 효과적이고 성공 확률이 높은 선택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결과적으로는 나를 비롯한 이른바 전문가들과 평론가들은 틀렸다. 부단히 노력하고 연구한 당사자들, 아티스트들이 옳았다.

분명한 것은, 현재 K-팝 또는 한류 아티스트로 불리는 스타들은 이제 세계 어디에서나 알아볼 수 있는 스타가 되었고, 그들의 음악은 비록 한국어를 이해할 수는 없어도 정확한 발음으로 다 따라 부를 수 있는 인기를 얻고 있다. 마치 나 같은 평론가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미 인기를 얻은 이 스타들은 고급스러운 방법으로 음악과 비디오 클립에 우리의 문화를 잘 버무려 소개하고 있다. 국적은 모르지만 뭔가 신비로운 분위기, 아름다운 의상, 그리고 낯설지만 아름다운 전통 악기나 멜로디를 자신들의 음악 속에 녹여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조차 낯설었던 ‘대취타’라는 음악 용어를 지구 반대편 사람들이 흥얼거리는 중이다. 20년 전에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자’는 아이디어를, 오히려 반대로 적용해서 최상의 결과를 내고 있는 중이다. 이제 K-팝 스타의 위상은 기대치를 넘어서는 것 같다. 앞서 언급한 영국의 록 밴드 콜드플레이가 BTS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작업하는 결과물도 있고, 여러 K-스타들을 향해 세계 최고라 불리던 대중음악 스타들이 먼저 제안을 하는 소식을 이제는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로 가 보자면, 이들은 분명 ‘코리아’ 이야기를 하면 북한의 핵 위협과 함께 김씨 일가에 관한 질문을 할 정도로 무지했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음악의 힘은 위대하다. 처음엔 낯설기만 하던 한국의 문화가, 이제는 한국 또는 코리아라는 이름이 붙으면 신선하게 여기는 순간까지 왔다. 그래서 BTS를 비롯해 K-팝 스타들에게 고맙다. 이들의 최고 공로는 우리 아티스트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이들에게 고맙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황우창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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