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개혁·건국' 격변의 한반도에서 새로운 균형으로 향한 힘 [책과 삶]

선명수 기자 2021. 11. 5.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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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권력 이동으로 보는 한국사
이정철 지음
역사비평사|618쪽|2만8000원

삼국 통일전쟁기부터 여말선초까지 한국사 전환기에서 나타났던 개혁과 변화를 다룬 역사서다. 책은 642년부터 1392년까지, 변화가 뚜렷했던 다섯 시기의 권력 이동에 주목했다. 고구려와 백제가 지도에서 사라지고 신라가 통일을 이룬 642년부터 676년까지, 통일신라의 내부 갈등이 고조되고 새로운 지배층 호족이 등장한 7세기 말부터 ‘원종과 애노의 난’(889년)까지, 국가의 정치적 중심과 지배층의 성격이 완전히 뒤바뀐 후삼국시대부터 고려 초까지, 이후 약 100여년간 이어진 원 간섭기(1259~1356년)와 그 이후부터 1392년 조선 건국까지 크게 다섯 시기다.

저자는 “한국사에서 시대마다 변화를 일으킨 요인들은 다양했다”며 “그럼에도 변화하는 시대는 사회적 힘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균형으로 수렴되려는 공통된 경향을 띠었다”고 분석한다. 정치·사회집단의 권력 이동 등을 통해 일단 변화가 시작되면 그 변화는 당대를 구성하는 요소 사이의 불균형이 해소돼 새로운 균형점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됐다는 것. 책은 어떤 원인이 사회적 불균형을 초래했는지부터 새로운 균형점에 어떤 과정을 통해 도달했는지, 그런 변화를 거치며 국가권력의 형태와 사회질서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핀다. 대표적 사례가 고려 말 권문세족이 불법적으로 점유한 토지와 인민(노동력)을 바로잡는 정책인 전민변정(田民辨整)이었다. 저자는 “고려 말 소농민들이 겪던 고통의 원인인 ‘전민(田民)’의 문제는 일종의 사회적 불균형 상태이고, 그것을 ‘변정(辨整)’하려는 노력은 사회적 균형으로 수렴하려는 힘이었다”며 “거기엔 일종의 사회정의 혹은 윤리적 가치라고 부르기에 합당한 내용이 들어 있다”고 말한다. “공동체 성원이 합의하고 요구하는 윤리적 가치는 역사를 움직이는 힘이었다”는 것이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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