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일시적 인플레" 밝혀도 국제 우려감 지속

[경향신문]
수요·공급 엇박자에 유동성 영향
물가 더 오를 가능성 전망 잇따라
‘노동력 부족 등 한시 요인’ 반론도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입장을 밝힌 뒤에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분위기다. 최근 물가를 가파르게 끌어올린 공급망 병목현상이 내년 이후 해소되더라도, 노동 공급 부족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풀었던 유동성 효과와 경제활동 재개로 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반면 당분간 고물가 현상이 이어지겠지만, 최근의 우려는 과도하며 공급발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분석도 맞선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OPEC+’는 이날 석유장관 회의를 열고 매달 하루 40만배럴씩 증산하기로 한 계획을 다음달에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이 같은 결정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발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추가 증산 요구에도 일단 생산을 더 늘리지는 않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10월 유럽에서 원유 수요가 감소할 조짐이 있었으며,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한 세계 원유 수요 축소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의 물가 상승세는 공급 차질과 수요 확대, 과잉 유동성의 영향이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공급 측 요인만 떼어낸다고 해서 물가가 쉽게 잡히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통화 팽창과 공급 차질에 따른 광범위한 원자재 가격 상승, 운송 및 하역비용 상승 등 코로나19가 몰고온 비용, 경기회복 등으로 인한 임금 상승 등 여러 요인이 뒤섞여 현재의 물가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라며 “일시적인 요인이 진정되더라도 전체 물가 수준이 낮아지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노동 공급이 부족해지는 현상이 물가를 더 부추길 수 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4일 “요리사와 간병인, 트럭 운전사, 호텔 직원 등이 부족하지만, 많은 사람이 격리를 경험한 이후 조기 퇴직을 결정하거나 아르바이트 활동으로의 전환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같은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제 훨씬 더 나은 보상과 고용 조건을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연준과 마찬가지로 현재의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공급 차질과 노동력 부족 등은 한시적 요인이라는 것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불거진 공급망의 정체는 상당 부분 코로나19로 인한 구인난과 여기서 비롯된 운송망의 정체 때문”이라며 “ ‘위드 코로나’의 빠른 확산과 백신 보급 속도 등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 전에는 이 같은 문제가 완화될 수 있고,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는 과도하게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