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D 코로나 알약 치료제 기대감..전문가들 "게임체인저 되기는 힘들 것"

이정아 기자 2021. 11. 5. 16: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MSD가 개발한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가 4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영국에서 조건부승인됐다. 몰누피라비르는 임상시험 결과 중증화 위험을 50% 가량 낮춰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몰누피라비르가 첫 코로나19 알약으로 효능이 좋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을 종식시킬 게임체인저는 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다국적 제약업체 머크앤드컴퍼니(MSD)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가 4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영국에서 조건부승인됐다. 미국식품의약국(FDA)보다도 앞서 승인된 것이다.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은 코로나19 확진자 중 증상이 시작된 지 5일 이내인 18세 이상 환자이며 당뇨병이나 심장질환 등 기저질환을 가진 고위험군에게 복용하도록 권고한다고 이날 밝혔다. 코로나19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로는 처음 승인된 것이다. 한국 정부도 내년 1~2월 도입을 목표로 20만명분의 몰누피라비르를 예약구매했다고 밝혔다. 

몰누피라비르는 현재 제약업계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가장 큰 기대와 관심을 받는다. 코로나19대유행을 끝낼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몰누피라비르가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고, 부작용 문제가 아니더라도 기대한 만큼 효능이 뛰어나지는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 "돌연변이 위험 있을 수 있으나 극히 낮아"

MSD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MSD 제공

지난달 1일 MSD가 공개한 임상시험 3상 중간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 775명이 몰누피라비르를 복용한 결과 입원, 사망할 위험이 절반 가량 줄어들었다. 몰누피라비르를 복용한 그룹은 7.3%만이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중증으로 진행됐지만 가짜 약(위약)을 복용한 그룹에서는 약 14.1%가 중증화하거나 사망했다. 몰누피라비르를 복용한 그룹에서는 사망자가 한 명도 없었지만, 플라시보 그룹에서는 8명이 코로나19로 숨졌다. 원래 이 임상시험은 코로나19 감염자 1550명에 대해 진행하고 있었으나 이 같은 긍정적인 결과가 나옴에 따라 조기 종료하고 FDA에 긴급사용승인 신청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여전히 몰누피라비르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약의 주 성분은 RNA를 닮은 리보뉴클레오사이드 유사체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과정에서 실제 바이러스의 리보뉴클레오사이드처럼 끼어들어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사람의 유전자 발현에도 오류를 일으켜 암이 발생하거나, 임신부가 복용할 경우 기형아가 태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몇 가지 연구 결과를 근거로 들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라인버거종합암센터 연구팀은 몰누피라비르의 초기 대사산물(β-D-N4-hydroxycytidine)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과는 있으나 동물세포배양실험에서 숙주에게도 돌연변이를 일으켰다는 연구결과를 지난 8월 국제학술지 '감염병저널'에 발표했다. 

지난해 4월에는 미국 보건부 산하 생물의약품천단연구개발국(BARDA) 국장이었다가 해임된 면역학자 릭 브라이트가 임신한 동물에게 몰누피라비르를 복용시키는 실험 결과 치아가 없고 두개골이 없는 새끼가 태어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몰누피라비르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MSD가 임상시험 참가자들에게 임신이나 모유 수유 상태가 아니어야 한다는 제한을 둔 것도 심각한 부작용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MSD는 데이터를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동물실험에서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다수의 의료 전문가들은 몰누피라비르에 대한 임상시험 최종 보고서가 아직 나오지 않아 정확히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를 보면 심각한 문제점은 없어보인다는 입장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임상시험에서 임신부나 수유부를 제외하는 것은 (통제된 환경에서 행해야 하므로) 일반적인 일이라서 그것만으로 이 약을 먹으면 기형아가 생길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억측"이라며 "이번에 영국 정부에서도 승인한 만큼 안전성은 확인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동물실험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면 임상시험 자체를 시작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진홍 대한감염학회장(부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몰누피라비르는 바이러스에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약물로 원칙적으로는 인간의 중합효소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또한 장기간 복용하지 않으므로 부작용 우려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하지만 임신부처럼 세포분열과 증식이 활발한 시기에 이 약물이 개입하면 돌연변이를 유발할 소지가 없지 않다"며 "임신부 또는 소아에게 이 약물을 투여하는 일은 신중히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몰누피라비르만으로는 코로나19 대유행 단번에 종식은 어려워

일각에서는 몰누피라비르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과는 있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을 단번에 종식시키는 게임체인저가 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김 교수는 "몰누피라비르만으로 코로나19를 끝내기는 어렵다"면서도 "코로나19 백신 접종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을 몰누피라비르로 다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한 전문가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항바이러스제가 처음으로 나왔으니 센세이션을 일으킬 것"이라면서도 "극히 낮은 확률이라도 유전독성 같은 부작용 우려가 있는 만큼 젊은 환자들은 본인이 아주 심각하다고 느끼지 않는 이상 복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억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본부장은 몰누피라비르로 환자 개인은 치료할 수 있어도 바이러스 전파 자체를 차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본부장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이틀째부터 복제가 시작되고 5일쯤 되면 증상이 나타나면서 새 바이러스들이 다른 숙주를 찾아 몸밖으로 빠져나간다"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약을 먹기 시작하면 본인의 중증화 위험은 낮출 수 있어도 다른 데로 전파하는 것을 막기에는 다소 늦다"고 말했다. 그는 "감염자 중 고위험군을 미리 알아내 중증화로 갈 위험을 낮추는 목적(에서만 효능이 뛰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몰누피라비르의 효능이 경구용 독감약인 타미플루 만큼은 아니므로 (타미플루가 신종플루를 끝낸 것처럼 코로나19 대유행을 종식시킬 만큼) 대단한 변화는 일어나기 힘들 것"이라며 이 약물이 게임체인저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미지수라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고 말했다. 만약 몰누피라비르만으로 코로나19 대유행을 잡는 것이 여전히 어려울 경우 다른 작용원리를 이용한 치료제 등장이 절실하다.

[이정아 기자 zzunga@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