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로 점점 뜨거워지는 도시들, 2050년 도시인 16억명 폭염 시달린다

조승한 기자 2021. 11. 5. 11: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콜롬비아 메데인은 주요 도로 곳곳에 수풀을 채우는 '그린 통로' 정책으로 주변의 온도를 4도 낮췄다. 도시기후리더십그룹 제공

세계의 도시들이 급속한 도시화와 열섬 효과로 세계 평균의 두 배 속도로 뜨거워지고 있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지하면 2100년까지 전 세계 도시들은 산업화 이전 대비 평균 4.4도 뜨거워진다는 것이다. 이는 전 세계 온도 상승량을 1.5도 이하로 억제하자는 파리 기후협약의 목표에 3배에 달하는 수치다. 온도가 1.5도만 올라도 도시 거주 인구 23억 명이 심각한 폭염에 노출될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실제 도시가 입는 피해는 더 클 것으로 예측된다.

각국의 도시들은 숲이나 도심 속 흐르는 강을 활용한 자연 냉각법을 적용해 조금이라도 도시 온도를 낮추기 위해 애쓰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전 세계 도시에 적용된 냉각법들을 분석해 세계 어느 도시나 활용할 수 있도록 정리한 ‘지속가능한 도시 냉각 지침’을 3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부대 행사에서 공개했다. 도시 냉각 정책의 성공적 사례로 한국의 청계천 복원 사업이 꼽혔다. 

○ 2050년 도시인구 16억명 폭염속 살아

UNEP는 지금의 빠른 도시 집중화와 온도 증가 추세가 이어지면 2050년에는 평균 여름 기온 35도 이상에 시달리는 도시 인구가 지금보다 8배 증가한 16억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도시에서는 온도 상승 피해가 불평등한 것도 문제다. 저소득층은 거주지가 녹지 공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고 냉방기기를 활용하기도 쉽지 않다.

더위를 피하는 방편으로 에어컨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으나 오히려 도시 온난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UNEP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23억 명이 전기를 많이 쓰는 보급형 저효율 에어컨을 구매한다. 이 에어컨이 도시 곳곳에 열섬 현상을 만들며 에어컨이 없는 곳은 더 큰 피해를 보는 악순환을 가속화한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모두가 공평하게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공평하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도시의 온도를 낮추는 정책들을 입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 내 온도를 낮추기 위한 우선순위를 정하면서 숲을 만들고 수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잉거 안데르센 UNEP 사무총장은 “지속가능하고 공평한 도시 냉각은 탄소배출 제로 에너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시 노력의 일부여야 한다”고 말했다.

UNEP는 전 세계 도시에서 정책을 통해 지역을 시원하게 만든 80가지 사례 연구를 통해 도시별 활용할 수 있는 냉각 전략을 소개했다. 가장 유용한 전략은 도시를 녹지화하는 것이다. 콜롬비아 제2의 도시인 메데인에서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도시 내에서 가장 열섬 효과가 높은 지역을 선정해 주요 도로를 따라 18곳, 수로를 따라 18곳 등 총 36곳에 키가 크고 그늘을 주는 나무를 심었다. 이른바 '녹색 통로'를 설치한 지역은 주변 지역과 비교해 온도가 평균 4도나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의 경우 나무가 도시를 덮어 열을 줄여주는 경제적 효과를 연간 53억~121억 달러(약 6조 2529억~14조 2756억 원)로 추정됐다. UNEP는 "전 세계적으로 가로수 조성에 연간 1억 달러(1180억 원)를 투자하면 7700만 명이 더운 날에도 기온을 1도 덜 느끼게 된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토론토는 온타리오 호수 밑바닥 차가운 물을 끌어올려 냉각수로 활용한다. 이 물은 매년 겨울 보충된다. 악시오나 제공

○ 청계천 복원 도심 온도 낮춘 성공 사례

UNEP는 물을 활용한 각국의 성공적인 도시 냉각 사례도 소개했다. 한국에서는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청계천을 복원한 사례가 꼽혔다. 청계천을 덮던 길이 5.8km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수변 통로를 건설함으로써 청계천 주변 지대가 서울 내 다른 지역 대비 온도가 3.3~5.9도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프랑스 파리는 도시를 관통하는 센 강의 온도가 8도 이하로 떨어지면 강물을 끌어들여 주변 시설들의 냉각수 온도를 낮추는 데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냉각을 위한 전력을 15~50%까지 줄인 것으로 분석된다. 캐나다 토론토는 인근 온타리오 호수 바닥 냉수를 끌어와 264메가와트(MW)급 냉각설비를 돌리는 데 활용한다. 겨울마다 호수 온도가 떨어질 때 바닥에 저장돼 사계절 남아있는 4도 냉수를 활용한다.
 

이번 지침 작성에 참여한 비영리기구 클린 쿨링 콜라보레이티브의 노아 호로비츠 이사는 “도시들은 기후 최전선에 있다”며 “기후변화를 막는 동시에 급격히 상승하는 온도로부터 지역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지속가능 도시 냉각 계획을 시급히 채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