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옥수수와 강냉이

기자 2021. 11. 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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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곡물이 무엇일까? 세계인의 주식인 밀이나 쌀을 먼저 떠올리겠지만 정답이 아니다.

그런데 이 곡물의 우리말 이름 옥수수와 이것을 튀겨낸 음식 이름인 강냉이가 알쏭달쏭하다.

한반도의 중서부에 사는 이들에게 강냉이는 말린 옥수수를 튀긴 것이다.

물론 우리에게 그렇다는 것일 뿐 옥수수는 가장 많이 재배돼 사람과 가축을 먹여 살리는 귀중한 곡물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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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곡물이 무엇일까? 세계인의 주식인 밀이나 쌀을 먼저 떠올리겠지만 정답이 아니다. 잘 익으면 황금색으로 빛나는 그것, 사람도 살기 힘든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는 옥수수가 정답이다. 우리는 그저 한여름의 간식이나 뻥튀기 혹은 팝콘의 재료로만 여기지만 전 세계의 사람이나 가축을 먹여 살리는 중요한 작물이다. 그런데 이 곡물의 우리말 이름 옥수수와 이것을 튀겨낸 음식 이름인 강냉이가 알쏭달쏭하다.

옥수수는 옥 같은 수수라는 뜻으로 보기도 한다. 수수는 고유어인지 한자인지 헷갈리는데 ‘촉서(촉黍)’의 중국어식 발음에서 유래한 것으로 본다. 줄기나 잎은 수수와 비슷한데 알곡이 옥처럼 촘촘하게 박혀 있다고 해서 이름을 붙인 것일 수 있다. 중국에서는 옥수수 대신 ‘옥미(玉米)’를 더 많이 쓰는데 우리 눈에는 이 작물이 쌀로 안 보이니 그 이름이 낯설다. 북한에서도 쌀이 귀해 옥수숫가루를 쌀 모양으로 빚어 ‘옥쌀’이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옥미만큼이나 어색하게 느껴지는 이름이다.

한반도의 중서부에 사는 이들에게 강냉이는 말린 옥수수를 튀긴 것이다. 그런데 한반도의 동부와 북부에서는 옥수수 자체를 강냉이라 한다. 옥수수가 중국의 양자강 이남에서 왔다 해서 ‘강남(江南)’과 관련을 지은 어원 설명이 있지만 ‘강남’이 ‘강낭’이 되는 이유가 분명하지 않으니 본래 강냉이였다고 봐야 할 듯하다.

곡물에 관련된 속담이 꽤 많지만 옥수수와 관련된 것은 하나도 없다. 옥수수가 이 땅에 전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에게 그리 친근한 작물이 아닌 까닭이다. 그래서인지 옥수수에 대한 추억은 동요 <옥수수 하모니카>와 명절날 ‘뻥이요’ 소리와 함께 튀겨 내던 강냉이가 전부이다. 물론 우리에게 그렇다는 것일 뿐 옥수수는 가장 많이 재배돼 사람과 가축을 먹여 살리는 귀중한 곡물임이 틀림없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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