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회주택 예산 삭감, 반길 일

고성민 기자 2021. 11. 5. 10:1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최근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으로 공급한 서울 은평구 대조동 신축 빌라에 입주하려던 취업준비생 김모(31)씨는 입주자모집공고를 보고 지원을 포기했다고 한다.

모집공고를 보면, 이 주택 사회주택사업자는 입주지원서와 자기소개서 내용을 기반으로 점수를 매겨 입주자를 선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임대료가 저렴해 입주하려고 찾아봤더니,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입주자를 선정하는데 비영리단체(NPO) 활동 경력이 있으면 가점을 주고 환경단체 회원이면 가점을 준다네요. 일반인들은 지원하지 말라는 건가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최근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으로 공급한 서울 은평구 대조동 신축 빌라에 입주하려던 취업준비생 김모(31)씨는 입주자모집공고를 보고 지원을 포기했다고 한다. 전용면적 30㎡ 1.5룸이 보증금 1억3000만원, 월 임대료 14만6000원으로 저렴했지만, 모집공고를 보곤 당첨 가능성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는 토로했다.

모집공고를 보면, 이 주택 사회주택사업자는 입주지원서와 자기소개서 내용을 기반으로 점수를 매겨 입주자를 선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100점 만점인데, 소득 기준은 최대 10점이 배정됐다.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50% 이하는 10점, 70% 이하는 7점이다.

공동체 생활과 관련한 활동 기간은 최대 20점으로, 소득 기준보다 배점이 더 높다. 3년 이상 시 20점, 1년 미만 시 8점이다. 공동체 활동에서 기숙사와 직장·군대 생활, 종교활동은 인정되지 않고 사회적경제조직(협동조합, 마을기업)과 비영리단체 활동 기간 등이 인정된다. 환경단체 회원은 가입 연수와 무관하게 가점 2점을 받고, 나머지 대부분 점수는 친환경에 대한 생각, 공동체에 대한 생각 등 자기소개서 평가로 최대 60점이 매겨진다.

사회주택은 SH공사가 사회적 경제주체(사회적 기업·협동조합 등)에 토지를 저리로 빌려주고, 이들이 임대주택을 운영하도록 하는 제도다. 입주자 모집 기준은 기본 자격요건(소득, 자산, 무주택)만 갖추면 운영기관이 자체적으로 정할 수 있다. 서울시 공적 자금이 들어가는데도 불구하고 운영기관이 특정 단체에 유리한 가점을 주는 것이 합법적이며 서울시나 SH공사가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사회주택 공급자들은 사회주택이 다른 임대주택과 달리 ‘입주자들이 자발적으로 공동체를 형성하고 서로 돕고 의지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말한다. 무형의 사회적 가치나 공동체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인데, 모호하게만 들린다. 집값은 폭등했고 전·월세 가격마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저렴한 임대주택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요즘 분위기에 비영리단체, 협동조합, 환경단체 회원에게 유리한 사회주택 제도가 과연 대다수 시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9월 사회주택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와 내년도 예산 삭감을 예고했다. “특정 시민단체에 집중됐던 특혜성 예산을 줄여 절감한 예산은 보호 종료 아동 등 취약계층 지원, 어린이집 등 돌봄서비스 질 향상, 한강공원 등 시민 편의시설 개선에 쓰인다”고 했다. 사회주택에 대해선 “시민단체가 끼어들어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하면서 중간 마진이 추가돼 오히려 비용이 증가되는 구조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반길 일이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