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꼬리 무는 질문·반복되는 인사.. 잘짜인 그림책들

기자 2021. 11. 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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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풀이하기와 되돌아오기는 아기 그림책의 중요한 구성 요소다.

아기 그림책은 소리 내어 읽기 때문에 청각적 구성이 시각적 구성만큼 중요하다.

"안녕!"이라는 말이 안부와 헤어짐에 두루 사용되는 것, 눈사람이 녹듯이 한글이 자음과 모음으로 흩어지는 것, 다시 해가 뜨고 인물이 모두 한자리에서 또 만나는 것까지 아기 그림책의 명랑한 공식들이 변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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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에게 물어보세요│정재원 글│김다예 그림│보림

방긋, 안녕!│가애 글·그림│창비

되풀이하기와 되돌아오기는 아기 그림책의 중요한 구성 요소다. 그밖에도 ‘소리나 모양이 점점 커지게 하기’라든가 ‘다양한 소리를 리듬감 있게 들려주기’ ‘꼬리를 무는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기’ 등은 아기 독자들이 양육자에게 한 번 더 읽어달라고 매달리게 하는 흥행의 코드다. 아기 그림책은 소리 내어 읽기 때문에 청각적 구성이 시각적 구성만큼 중요하다. 무엇보다 아기 그림책에도 서사가 있고, 아기 독자들은 그 서사의 독창성을 즐긴다. 짧은 글과 그림으로 이야기의 연결고리를 짜야 하므로 아기 그림책은 만들기도 권하기도 어려운 책이다. 아기가 만나는 최초의 미적 경험이라는 걸 생각하면 적당히 매끈한 여러 권보다는 정성껏 잘 만들어진 한 권을 골라주는 것이 낫다.

‘토끼에게 물어보세요’는 잘 만들어진 아기 그림책이다. 양육자는 토끼에게 아기 윤이를 못 봤느냐고 묻고 토끼는 “글쎄요. 야옹이한테 물어보세요”라고 대답한다. 야옹이는 꽃들에게, 꽃님은 거북에게 물어보라고 말한다. 질문 릴레이는 유령에게 윤이의 행방을 묻는 것으로 이어진다. 유령은 윤이가 있는 곳을 알려준다. 알고 보니 윤이는 가면 뒤에 있었고 그동안 만난 토끼와 야옹이, 꽃과 거북, 유령이 모두 윤이임이 밝혀진다. 아기 얼굴 전용 가면도 들어 있다. 뒷표지에서 가면을 벗은 윤이는 앞표지로 돌아와 질문 앙코르를 시작한다. 제목인 “토끼에게 물어보세요”까지 순환하는 본문의 일부가 된다.

‘방긋, 안녕!’도 짜임새가 탄탄하고 재미있다. 얼핏 에릭 칼의 아기 그림책이 떠오르지만 더욱 입체적이고 극적인 이야기다. 글은 “아가야, 안녕!”을 반복하는데 그림에는 소리와 모양을 흉내 내는 말이 조그맣게 적혀 있다. 앞에 나오는 장면이 뒷장면의 등장인물을 예고하는데 풀숲의 강아지처럼 관심을 기울여야 보이는 장면도 있다. “안녕!”이라는 말이 안부와 헤어짐에 두루 사용되는 것, 눈사람이 녹듯이 한글이 자음과 모음으로 흩어지는 것, 다시 해가 뜨고 인물이 모두 한자리에서 또 만나는 것까지 아기 그림책의 명랑한 공식들이 변주된다.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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