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앞서간 佛여성작가 3명.. 그들의 글쓰기엔 '어머니'가 있었다

박동미 기자 2021. 11. 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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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1책 시대라고 할 정도로 글쓰기 열풍이다.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 어머니를 두었다는 것이다.

뒤라스의 어머니는 자신이 겪은 불행과 절망을 핑계로 결핍을 남겼다.

"글쓰기는 유일하게 어머니보다 힘이 센 것이었어요." 뒤라스의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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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딸들│소피 카르캥 지음│임미경 옮김│창비

1인 1책 시대라고 할 정도로 글쓰기 열풍이다. ‘쓴다’는 걸 뭘까. 작가가 되는 법이나 글 잘 쓰는 법을 알려주는 책도 봇물이고, 유명 작가들의 문학론도 종종 나오지만, 이 책만큼 매력적이고, ‘지금, 여기’에 잘 어울리는 책도 없다. 마르그리트 뒤라스, 시몬 드 보부아르,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성의 아이콘이자, 시대를 앞서갔던 세 여성 작가들은 페미니즘 리부트 열풍과 더불어 국내 독자들에게 소환되는 가장 선명한 이름들이다. 왜 쓰는지, 무얼 쓰는지, 쓰면 결국 무엇이 되는지…. 쓰는 것도 좋지만, 한번은 읽어 볼 일이다. 이들의 삶을, 이들과 함께한 또 다른 세 여자, 즉 ‘글 쓰는 딸들’의 어머니들을.

19세기 말∼20세기 초, 세기의 전환기에 태어난 세 사람은 시대에 맞선 저항자라는 점 외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 어머니를 두었다는 것이다. 뒤라스의 어머니는 자신이 겪은 불행과 절망을 핑계로 결핍을 남겼다. 뒤라스가 오빠에게 당하는 폭력을 방관하기도 했다. 보부아르의 어머니는 규율적이고 권위적이었다. 두 딸이 주고받는 말을 엿듣느라 방문을 활짝 열어놓게 할 정도. 콜레트의 어머니는 딸의 일거수일투족을 알아야 했고, 끊임없이 편지를 보내고 답장을 재촉했다. 세 여자는 어머니로부터 배웠고, 또 어머니에게 지배당했다. 아버지의 서재, 오두막, 숲 속, 연인의 자동차 안 등 어머니를 벗어나, 자아를 지키기 위한 피난처를 찾아 헤매던 그들은 점차 현실엔 없으나 더 안전한 장소에 안착한다. 바로 ‘글쓰기’다. “글쓰기는 유일하게 어머니보다 힘이 센 것이었어요.” 뒤라스의 고백이다.

도망침과 복수. 이들은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저자는 이 독특한 ‘3부작 전기’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뒤라스가 살던 1910∼1930년대 인도차이나 메콩 삼각주와 보부아르가 자란 20세기 초 파리의 부르주아 사회, 콜레트가 뛰어다닌 19세기 말 부르고뉴 들판과 생소뵈르 마을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소설적 재미를 더한 것. 무엇보다, 글쓰기를 통해 열리는 새로운 길을 제시하면서, 책은 그 궁극의 목적을 달성한다. 어머니를 떠난 딸은 ‘혼자’가 돼 글을 쓰고, ‘혼자’가 된 어머니를 발견한다. 그것이야말로 모녀 사이의 진정한 공통점이고, 어머니와 딸이 이어질 가능성이 여기서 열린다고 저자는 말한다. 화해와 연대의 작은 싹이, ‘쓰는 여자’들로부터 움튼다는 작은 암시 같기도 하다. 424쪽, 1만60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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