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간 독성 뒤집어쓴 지구.. 극복 위한 '30년 로드맵'

나윤석 기자 2021. 11. 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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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 지구 오염의 역사│프랑수아 자리주 토마 르 루 지음│조미현 옮김│에코리브르

산업혁명·자본주의 팽창하면서

‘성장 위한 공해 불가피’ 숙명론

선진국 폐기물, 후진국에 쌓여

결국 환경오염이 ‘불평등’야기

■ 미래의 지구│에릭 홀트하우스 지음│신봉아 옮김│교유서가

‘기후변화 대처’ 시급해진 인류

3억명 남짓의 비폭력시위 진행

전세계 ‘글로벌 마셜플랜’ 도입

위기 잘 넘기면 2050년엔 극복

지난 1일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한 공원.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리는 현장에서 스웨덴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마이크를 잡고 외쳤다. “각국 정부가 탄소 배출 감축에 실패한 것은 ‘배신’이다.” 비상사태에 이른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외면한 채 ‘행동 없는 약속’을 남발하는 지도자들에게 일침을 날린 것이다. 이번 총회에서 정상들은 메탄 감축에 합의했으나 ‘탄소 중립’ 달성 시점과 석탄 발전 중단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폐막일까지 일주일이 남았지만, 최종 합의가 “빠르게 뜨거워지는 바다에 물 한 방울 떨어진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기후변화를 다룬 ‘지구 오염의 역사’와 ‘미래의 지구’가 나란히 출간됐다. 제목 그대로 한 권이 300년에 걸친 공해(公害) 역사를 되짚는다면, 다른 한 권은 행동을 통해 실질적 변화를 이끈 미래의 가상 시나리오를 그린다.

프랑스 연구자들이 쓴 ‘지구 오염의 역사’는 농촌사회가 중심이던 1700년대부터 시작한다. 깨끗한 물에 의존하는 가죽·염색·섬유 공업은 수질 오염의 주범이었고, 곧이어 대장간·양조장·유리 공장 등이 농촌과 삼림 지대 접점에 집중되며 대기를 오염시켰다. 하지만 산업화 이전 사회는 먼지와 악취에 허덕이는 환경에 대응하는 데 적극적이었다. 오염 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안온방해(安穩妨害)’, 즉 매연·오물·소음 등으로 타인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일컫는 법률 개념에 바탕한 규제를 만들었다. 이 같은 ‘도덕 경제’는 광업을 기반으로 한 자본주의가 팽창하며 흐트러졌다. 신세계 발견 이후 식민지 귀금속 추출 공정에서 나오는 잔류 폐기물은 유독성이 매우 강했다. 수력을 밀어내고 에너지원으로 부상한 석탄은 ‘검은 연기’를 배출했다.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반은 “환경오염은 ‘진보’의 불가피한 결과”라는 숙명론적 태도가 지배한 시기다. ‘공해의 시대’를 연 석탄은 진보의 가장 어두운 얼굴이었으나 공장 굴뚝 연기는 ‘행복한 노동자 가족’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500여 개 공장이 늘어선 라인 강은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하천이 됐고, 도시 성장과 함께 어마어마한 쓰레기가 쏟아졌다. 1·2차 세계대전 이후엔 화석 연료 에너지 체제가 정착하며 지구의 공기는 한층 나빠졌다. 이와 함께 각국은 국내총생산(GDP)이라는 ‘강박적 지표’에 매달리며 환경 피해와 천연자원 고갈에 대한 해결을 뒷전으로 미뤘다. 지구가 ‘더 많이’를 향해 달려가는 경주 속에 ‘독성의 시대’로 진입한 것이다. 특히 20세기 중반 이후의 환경오염은 사회 불평등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큰 문제였다. 선진국에 사는 전체 인구의 15%가 광물·화석 자원의 절반을 소비한 반면, 나머지 인구는 산업생산 폐기물을 감당하며 희생했다. 저자는 “이 시기의 공해는 언제나 가장 가난한 사람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혔다”고 꼬집는다. 638쪽, 3만5000원.

기후 저널리스트 에릭 홀트하우스의 ‘미래의 지구’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자본주의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지역이 제일 극심한 피해를 당하도록” 방치하는 체제라면, 기후변화는 더 이상 ‘과학’이 아닌 ‘정의’의 문제라는 것이다. 저자는 탄소 배출과 해수면 상승 등 위기 징후를 훑은 뒤 2020년부터 2050년에 이르는 ‘30년의 미래’를 펼쳐 보인다. 비관적 종말론에서 벗어나 다양한 전문가와 나눈 인터뷰를 바탕으로 지구와 인류가 공존할 수 있는 로드맵을 기록했다. 이에 따르면 당장 2020년대엔 세계 곳곳의 수많은 ‘툰베리들’이 거리로 뛰쳐나온다. 20세기 정치적 변화를 위해 최소 3.5%의 인구가 참여한 모든 비폭력 운동이 성공으로 귀결됐다는 하버드대 연구를 고려할 때 3억 명 정도의 시위대면 ‘충분’하다. 인류 문명의 궤도 수정을 향한 갈망에 직면한 지도자들은 서둘러 해결책을 내놓는다. ‘글로벌 기후 이주 조약 서명’을 통해 모든 국가가 탄소 배출량에 비례해 난민을 수용하기로 하고, 온실가스 배출 비율에 따라 자금을 내놓는 ‘글로벌 마셜 플랜’에도 합의한다.

이와 함께 혼잡세 부과를 통해 차량 운행을 40% 이상 감소시키고, 항공기의 일등석·비즈니스석을 없애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을 저지한다. 저자는 “지독한 ‘공포의 시기’이자 ‘황금기’인 오늘을 잘 넘기면 2050년엔 ‘성장’이 아닌 ‘번영’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책 표지에 적힌 ‘기후위기에 관한 희망을 이야기하는 최초의 책’이라는 문구대로 ‘30년의 미래’엔 저자의 희망이 담겨 있다. 동시에 이 희망은, 혁명적 변화 없이는 미래가 없다는 절박한 ‘호소’이기도 하다. 툰베리의 외침처럼 문제는 행동이고, 실천이다. 264쪽, 1만6800원.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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