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잔바람에 살랑, 내 집 안의 흔들리는 예술품 '모빌'

한겨레 2021. 11. 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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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 홈앤리빙]홈앤리빙 모빌
'키네틱 아트'로서 예술성 인정
콜더 오리지널 모빌 여전히 생산
북유럽·국내 아티스트 작품도 인기
크리스마스 꾸밈으로도 손색 없어
덴마크 모빌 브랜드, 플렌스테드의 인기 아이템인 퓨추라. 루밍 제공

집 안을 둘러보다 보면 왠지 허전해 보이는 자리가 있다. 조명을 설치하기는 어렵고 가구를 놓기에는 애매한 크기라면, 그 자리를 여유롭고 예술적으로 채울 수 있는 아이템으로 모빌을 선택해보는 건 어떨까. 혹시라도 모빌이 단지 아기들의 장난감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모빌은 각각의 색과 디자인에 따라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하나의 당당한 예술품이다. 그도 그럴 것이 모빌의 창시자는 미국의 화가이자 조각가인 알렉산더 콜더(Alexander Calder)이고 모빌은 당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들과의 교류와 영감을 통해 탄생한 것이며 키네틱 아트(Kinetic Art)라는 예술의 한 장르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알렉산더 콜더의 디자인을 이어가는 에코 워크샵의 데스크탑 모빌. 에코 워크샵 제공

마르셀 뒤샹이 이름 붙인 모빌

1930년의 어느 날, 콜더는 추상화가인 피터르 몬드리안의 아파트를 방문해 그의 작품들을 보고, 작품 속 색색의 선과 면을 다른 차원으로 움직이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온갖 실험 끝에 원색으로 칠한 여러 형태의 조각을 철실 끝에 매달아 공기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게 만든다. 이전의 고요하고 정적인 조각의 세계에서 벗어나 입체적으로 움직이는 조각이 완성된 순간이었다. 콜더의 새로운 작품에 ‘모빌’(Mobile)이라는 이름을 붙이며 날개를 달아준 사람은 역시 그와 깊은 친분을 나누던 아티스트, 마르셀 뒤샹이었다.

현재 콜더의 오리지널 모빌은 미국 브랜드, 에코 워크샵(Ekko Workshop)에서 생산하며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콜더 모빌의 조형미를 유지하는 대신 형태는 세련돼졌고 컬러도 다양해졌다. 에코 워크샵의 모빌은 벽이나 천장에 고정하는 전형적인 모빌의 형태와 테이블이나 장식장에 세워 놓는 스탠딩 형태로 나뉜다. 스탠딩 형태의 모빌은 집의 내벽에 자국을 남기지 않으며, 언제든 원하는 장소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스탠딩 모빌로 유명한 또 다른 브랜드는 볼타(Volta)다. 볼타는 2015년 프랑스에서 옥토와 마리오 콘티 형제가 만든 브랜드로, 알렉산더 콜더의 작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빌들을 선보인다. 재활용 금속 등 친환경 재료들을 사용하며, 프랑스에서 디자인하고 스페인에서 100% 수작업으로 모빌을 제작한다. 제품마다 다른 컬러와 형태를 갖고 있어서 소비자가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고 제품명으로 파리, 마이애미, 베를린, 서울 등 세계의 도시 이름을 사용한다는 점도 이색적이다.

직원이 집에서 만드는 북유럽 모빌

모빌을 창조한 사람이 콜더라면 모빌을 일상 속 아이템으로 정착시킨 브랜드는 덴마크의 플렌스테드(Flensted)다. 플렌스테드는 창립자인 크리스티안 플렌스테드가 1953년, 딸의 세례를 축하하기 위해 황새 모빌을 만들며 시작됐고 그 후 약 70년 동안 3대에 걸쳐 수많은 제품을 선보여왔다. 플렌스테드 모빌의 특징은 때로는 미묘한 추상화 같고, 때로는 절제된 그래픽디자인 같으며, 때로는 동화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제비의 우아한 날갯짓, 우주의 정교한 순환, 탱고의 리드미컬한 스텝이 모빌을 통해 재현된다. 모든 제품들이 공장이 아닌 직원들의 집에서 정교한 수작업을 통해 완성되는 방식도 독특하다. 플렌스테드 모빌 중에는 산타와 트리, 천사 등 크리스마스 시즌에 잘 어울리는 디자인도 있는데 커다란 트리 없이 이런 크리스마스 모빌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연말 분위기를 살릴 수 있다.

코펜하겐을 기반으로 하는 브랜드, 카야 스퀴테(Kaja Skytte)는 중력이 느껴지는 공간과 우주의 움직임을 콘셉트로 한 모빌을 선보인다. 시간이 흐를수록 색이 변하는 황동으로 만들어져 함께한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덴마크 모빌 브랜드, 플렌스테드의 인기 아이템인 미라주. 루밍 제공

국내 아티스트의 수작업 모빌

국내에도 디자인 모빌을 선보이는 브랜드들이 있다. 우들랏(Woodlot)은 아티스트가 손으로 직접 만든 모빌을 만날 수 있는 브랜드다. 연희동에 있는 공방 겸 가게에 가면 크고 작은 예술적인 모빌들이 바람에 살랑대는 진풍경을 만날 수 있다. 에이트폴리오(8Folio)에서는 종이 소재의 루일리(Luily) 모빌을 선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모빌이 철재나 나무 등 묵직한 소재를 사용하는 반면에 종이로 만들어진 루일리 모빌은 다른 소재들보다 더욱 가볍게 흔들리고 컬러도 다양하며, 무엇보다 가격대가 2~3만원대로 합리적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순간순간 분주하고 마음이 요동치는 날들의 연속이라면 모빌을 가만히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기하학적인 조형물들이 서서히 움직이고 작은 바람에도 새로운 형태와 매력을 보여주는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을 신기하리만치 잠잠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모빌은 삶의 기쁨과 놀라움으로 춤을 추는 한 편의 시와 같다.” 알렉산더 콜더의 이 말은 하나의 작은 모빌이 가지는 존재감과 이유, 그리고 모빌이 주는 삶의 위안을 돌아보게 만든다.

정윤주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세계의 도시 이름에서 제품명을 따오기로 유명한 볼타의 서울 에디션. 루밍 제공
알렉산더 콜더의 디자인을 이어가는 에코 워크샵의 데스크탑 모빌. 에코 워크샵 제공
크리스마스 시즌에 잘 어울릴 듯한 플렌스테드의 트리 모빌. 루밍 제공
종이로 만들어 색다른 느낌을 주는 에이트폴리오의 루일리 모빌. 에이트폴리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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