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장르만 로맨스' 관계의 수다스럽고 찰진 정의 ①

전형화 기자 2021. 11. 5.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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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전형화 기자]
[리뷰] '장르만 로맨스' 관계의 수다스럽고 찰진 정의 ①
한 때 잘나갔던 소설가 김현. 글을 못 쓴지 7년이 지났다. 바람 펴서 이혼했다. 재혼했다. 재혼한 부인과 딸은 외국 보내고 기러기 아빠 신세다.

김현의 전부인 미애. 고교생 아들 홀로 키우며 연애도 하고 잘 산다. 문제는 연애 상대가 전 남편의 절친한 친구이자 전 남편의 책을 출간하는 출판사 대표라는 것. 김현의 아들 성경.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임신했다. 아무짓도 안 했는데 여자친구가 임신을 해서 헤어졌다.

김현에게 어느날 과거 친했던 후배와 연이 있는 청년이 찾아온다. 습작을 건낸다. 사랑을 고백하며. 김현은 화들짝 놀라 무시하지만, 그만 그 습작의 매력에 빠진다. 책을 더 이상 못 내놓으면 수억원의 위자료를 내줘야 하는 처지인데다 어떤 후배는 부커상 후보까지 오른다. 이래저래 그 습작의 유혹에 빠진 김현은 그 청년과 같이 글을 쓰기 위해 동거 아닌 동거를 시작한다.

미애는 남자친구와 여행을 떠난다. 성경은 희한한 이웃집 유부녀와 같이 놀러 다니게 된다. 이상한 관계들은 꼬이고 꼬여 마침내 절정으로 치닫는다.

'장르만 로맨스'는 배우 조은지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조은지는 일찍이 단편영화로 미쟝센영화제에서 수상할 만큼 재능을 인정받았던 터. 그의 말맛과 글맛이 '장르만 로맨스'에 넘실거린다.

'장르만 로맨스'는 멀리서보면 '러브 액츄얼리' 같은 옴니버스 로맨스 영화다. 가까이서 보면 관계의 이야기다. 관계란 쌍방이기도 하지만 일방이기도 하다. 쌍방만 사랑이 아니다. 일방도 사랑이다. 그 관계를 오해하기도 하고, 그 관계를 무시하기도 하고, 그 관계를 혐오하기도 한다. 우정이라고 다르지 않다. 쌍방의 우정도 있고, 일방의 우정도 있다. 그 관계 때문에 무시하기도 하고, 그 관계 때문에 이어지기도 한다. 더 사랑한다고, 더 좋아한다고, 지는 게 아니다. 관계를 정의하는 건, 그저 각자의 마음일 뿐이다.

'장르만 로맨스'는 이 관계의 정의를 수다스럽게 풀어낸다. 좋은 관계의 누군가와 두 시간 동안 수다스럽게 나누는 듯 하다. 아니, 글쎄 그래서 그랬잖아, 그런데 그건 아니지 않나, 그래도 그런거지 뭐. 이런 말들의 잔치다. 그렇기에 '장르만 로맨스'는 공감 능력이 높으면 높을수록 재미가 더할 것 같다. 같이 나눌 수 있는 누군가와 함께 본다면 그 재미는 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초반 편집 리듬이 아쉽긴 하지만 성긴 리듬이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하면 영화 속 관계에 취하기 좋다. 누군가는 사랑을 볼 것이고, 누군가는 성욕을 볼 것이며, 누군가는 애증을 볼 것 같다. 관계란 게 사랑이든 미움이든 인정받고 싶은 데서 출발하는 법. '장르만 로맨스'는 그 지점을 잘 낚아챈다.

배우들이 말맛을 잘 살렸다. 김현 역의 류승룡은 마초 작가 같다. 이 영화를 보고 김현에게서 소설가 김훈을 떠올린다면, 류승룡의 공이다. 천하의 마초 작가가 청년 동성 작가에게 사랑을 고백받는다면. 더욱이 그 작품에 매력을 느꼈다면. 류승룡이라 아슬아슬한 선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미애 역의 오나라는 조금 더 일찍 이 배우를 영화에서 자주 만났다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든다. 좋다. 옆집 유부녀 정원 역의 이유영은, 이유영이라 잘 살렸다. 똘끼가 천연덕스럽다. 청년 유진 역의 무진성은 이 영화의 발견이다. '장르만 로맨스'가 팬심을 일으킨다면 8할은 무진성 공이다. 그 배우를 매력있게 만든 연출의 힘이다.

인간사 안 좋은 일들 상당수는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것 같이 먹고 한바탕 수다 떨면 누그러지기 마련이다. '장르만 로맨스'는 그런 영화다. 한바탕 재미나게 수다 떤 기분이다. 스테이크에 와인 보다는 치킨에 맥주 같다. 취향은 갈리겠지만 감독 조은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영화란 건 동의할 것 같다.

11월1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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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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