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하다, 유오성 [인터뷰]

이다원 기자 2021. 11. 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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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배우 유오성, 사진제공|제이앤씨미디어그룹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진해지는 향기가 있다. 배우 유오성이 그렇다.

“제가 저를 두고 ‘비정규직 감정 근로자’라는 표현을 써요. 그래서 매사에 감사하자는 생각을 하거든요. 건강하게 태어난 것에 감사하고요. 이렇게 세상의 빛을 보게 해준 부모님에게도 감사하죠. 늘 싸인할 때 ‘건강, 사랑, 진실’이라고 쓰는데, 저 역시 그렇게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물론 집사람에겐 맨날 혼나죠. 말로만 하지말고 진짜 그렇게 살라고요. 하하.”

유오성은 4일 오전 진행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신작 ‘강릉’(감독 윤영빈)을 내놓는 설렘과 촬영 비화, 그리고 인생 3쿼터를 맞이한 각오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펼쳐냈다.


■“길석 役 하고 싶어 직접 감독을 설득했어요”

오랜만의 스크린 나들이다. ‘안시성’(2018) 이후 3년 만에 돌아왔다.

“감독과 처음 만난 게 2017년이에요. 개봉까지 꼬박 4년 6개월이 걸린거죠. 제 배우 인생 중 이렇게 4년여를 투자한 영화가 있을까 싶은데, 그래서 더 사랑스럽습니다. 윤영빈 감독이 타이트한 스케줄 속에서 본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걸 놓치지 않고 잘 해낸 것 같아서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저와 장혁 모두 각자 맡은 역을 잘 해냈고요.”

극 중 낭만과 평화를 사랑하는 조직 보스 ‘길석’으로 나와 강원도표 누아르를 보여준다. 재밌는 건 제작사에서 처음 그에게 제안한 건 다른 캐릭터였다고.

“‘최무상’이라고 길석과 의형제를 맺은 형 역을 제안받았죠. 제가 나이를 먹어가니까 그렇게 역을 준 것 같아요. 그런데 시나리오를 보니 욕심 나더라고요. 시간이 더 지나면 몸 써서 할 수 있는 액션은 하기 힘들겠단 생각이 들었고요. 그래서 제가 직접 감독에게 ‘누군가에겐 마지막 영화가 될 수도 있겠다’고 말하면서 잘 할 수 있을 거로 설득했어요. 그런 말은 생전 처음 해본 말이었는데, 감독은 정작 뜨뜻미지근해 하더라고요. 조금 당황스러워한 것 같아요. 그런데 며칠 지나서 그렇게 가자고 말해줬어요. 제가 무임승차한 셈이죠. 하하하.”

장혁과는 KBS2 ‘장사의 신-객주2015’ 이후 또 한번의 만남이다.

“그 때도 험난하고 힘들게 작업했어요. 다들 힘든 현장을 경험한 사람이라 이번에 다시 호흡을 맞추는데 어려움은 없었어요. 장혁의 캐릭터는 남자 배우라면 로망을 가질만한 배역이죠. 장혁이 연민의 감정을 잘 구현해낸 거 같아요. 근데 장혁도 나이를 먹는 모양이에요. 6년 전이면 가뿐히 했을 액션 연기를 이번엔 힘들게 마쳤어요. 같이 나이를 먹어가는구나 싶더라고요. 하하.”


■“신인시절로 돌아간다면? 연기 안 할 것 같아요”

연기를 시작한지 28년차다. ‘비트’ ‘친구’ 등 주옥같은 누아르 영화엔 꼭 그가 있었다.

“27살에 ‘비트’를 찍었어요. 얼마나 정신머리 없이 찍었겠어요? 지급도 배워나가는 과정이긴 하지만 그 당시엔 얼마나 어설펐겠어요? 하하. 누아르의 기본 정서가 페이소스인데, 나이가 점점 들어가니 염세적으로 변하고 인간에 대한 연민이 더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그런가. 누아르물이 마음에 와닿네요.”

당시의 유오성과 지금의 그 사이 변화가 있을까.

“글쎄요. 배우라는 직업은 퍼포머잖아요. 나름 주어진 것을 분석하고 표현하는 파트라서 늘 공부하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어야 해요. 그래서 사실 전 그때나 지금이나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더 나아졌다기 보다는 그저 꾸역꾸역 나이만 먹어가는 것 같아요.”


혹시나 신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지 물었다.

“사실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요.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연기를 안 할 것 같아요. 연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하지만 해보니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더라고요. 배우는 창작자가 써놓은 걸 표현하는 말들이잖아요. 다시 배우하라고 하면 전 못 할 것 같네요.”

그는 지금을 ‘인생의 3쿼터’라고 정의했다.

“작년부터 제 인생의 3쿼터라고 말하고 다녀요. 지금까지 사회생활을 돌아보면 그저 다행이라고만 여겨지는데요. 이제 남은 3쿼터를 잘 해나가야죠. 배우로서 뿐만 아니라 가장으로서나 아버지로서도 더 잘 살고 싶어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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