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 15억 中 국가최고과학기술상 주인공은 ?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2021. 11. 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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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시대 들어 13명 중 8명이 전투기, 핵잠, 레이더 등 군사과학 관련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2020년도 국가 과학기술 장려대회’에서 국가최고과학기술상’ 수상자로 선정된 전투기 디자이너 구쑹펀(오른쪽), 신형 원전 전문가 왕다중과 기념 사진을 하고 있다./인민일보 캡처

행사 때 잘 웃지 않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얼굴이 모처럼 활짝 펴졌다. 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2020년도 국가 과학기술 장려대회’에서다. 지난해 최고의 과학 기술자들을 뽑아 올해 상을 주는 행사다. 그 중 최고 영예인 ‘국가최고과학기술상’은 전투기 디자이너 구쑹펀(顧誦芬·91)과 신형 원전 분야 권위자 왕다중(王大中·86)에 돌아갔다. 시 주석이 직접 메달을 걸어줬다. 수상자에게는 800만위안(약 14억8000만원)의 상금을 준다.

중국 국가최고과학기술상은 2000년 제정됐다. 중국 과학, 기술 발전에 최고의 공헌을 한 사람에게 수여된다. 첫 수상자는 유럽보다 먼저 컴퓨터를 이용해 기하학의 난해한 정리를 증명하는 이론을 만든 수학자 우원쥔(吳文俊), 교잡벼를 만들어 쌀 증산(增産)에 기여한 농학자 위안룽핑(袁隆平)이었다. 수상자가 없었던 2004년도와 2015년도를 제외하고 매년 1~2명의 과학자가 선정됐고 지금까지 총 35명이 수상했다.

국가최고과학기술상을 받은 과학자 가운데는 중국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명망이 높은 수학, 의학, 유전학 권위자가 많았다. 그러다 후진타오 국가주석 퇴임 직전 열린 2013년 1월 시상식에는 군사과학자들이 무대에 섰다. 중국군 조기경보기 개발을 이끈 왕샤오모(王小謨), 폭발 역학 분야 개척자로 탄두 개발에 기여한 정저민(鄭哲敏)이 상을 받았다.

군사과학을 중시하는 분위기는 시진핑 시대 들어 더욱 두드러졌다. 2014년 시상식에 선 청카이자(程開甲)는 중국에서 가장 많은 핵실험을 한 과학자이고, 이듬해 상을 받은 위민(于敏)은 수소폭탄 무기화, 핵무기 소형화 등에 기여한 인물이다. 중국군 화포의 사거리와 효율성을 향상시켜 ‘폭약의 아버지’로 불리는 왕저산(王澤山), 중국군의 ‘눈’인 군사용 레이더 개발을 이끈 류융탄(劉永坦), 핵 공격을 막아내는 방어시설 ‘지하 강철 만리장성’을 디자인한 첸치후(錢七虎), 중국 핵잠수함 건조 주역 황쉬화(黃旭華)도 대표적인 군사과학자들이다. 이들 상당수는 오랜 기간 ‘이름 없는 과학자’로 활동해왔다. 외부에 무슨 일을 하는지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올해 수상한 구쑹펀 중국항공공업그룹 고급고문은 중국 제트기 개발을 이끈 전투기 전문가다. 1960년대 중·소 분쟁으로 중국에 대한 소련(현 러시아)의 군사 지원이 중단되자 소련 미그-21을 기반으로 한 초음속 전투기 젠(J)-8 개발을 제안했고 1980년대에는 J-8Ⅱ의 설계를 맡기도 했다. 다만 J-8 시리즈는 양산이 늦어지면서 1980년 배치될 당시에는 다른 나라 주력 전투기보다 성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 입장에서는 군사기술적으로 의미가 있지만, 국제적으로 보면 선진 과학기술로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국가최고과학기술상은 ‘국가과학기술장려공작판공실’이라는 국가기관이 심사한다. 시상은 법에 따라 국가주석이 직접 하도록 돼 있다. 시 주석이 국가최고과학기술상을 준 13명 가운데 8명은 군사과학자이거나 군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한 사람이었다. 군수, 항공, 조선 분야에 관심이 높은 시 주석의 취향, 순수한 ‘과학’보다는 국가를 위한 ‘기술’이 더 강조되는 중국 내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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