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심 잃어도 유머는 잃지 않는 삶, 그것이 '가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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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과 끝이 있는 책.
안과 밖이 있는 책.
세상의 책을 둘로 나누어도 된다면 가르시아 마르케스(사진)의 것은 후자다.
예술가가 사랑하는 거장의 공간을 찾아다니는 인문 기행 시리즈 '클래식 클라우드' 29번째 책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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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시아 마르케스
권리 지음 l 아르테 l 1만9800원
시작과 끝이 있는 책. 안과 밖이 있는 책. 세상의 책을 둘로 나누어도 된다면 가르시아 마르케스(사진)의 것은 후자다. 안에서 바깥으로 확장되는 나선형 이야기. 마르케스를 읽으면 이야기라는 공간에 머물게 된다.
이만큼 여행과 어울리는 소설가가 있을까. 예술가가 사랑하는 거장의 공간을 찾아다니는 인문 기행 시리즈 ‘클래식 클라우드’ 29번째 책이 나왔다. 소설가 권리가 마르케스의 장소들을 찾아 콜롬비아에 머문 70여일의 기록이다. 그가 자란 아라카타카(<백년의 고독>에 등장하는 유토피아 마콘도의 모델), “아라카타카보다 더 마콘도스러운 곳”으로 그의 아내 메르세데스가 다녔던 수녀회 학교가 있는 산타크루스데몸포스, 시와 소설에 빠진 법대생 그리고 기자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무대였던 보고타와 바랑키야, <콜레라 시대의 사랑>의 바탕이 된 카르타헤나 등 마르케스 문학이 빚어진 결정적 장소를 거의 다 거친다.
첫 여정에서부터 알 수 있다. 마르케스는 콜롬비아의 영원한 가보, 보배로운 존재라는 것을. 아라카타카 가는 길에 “모든 대화를 ‘가보’(마르케스의 애칭) 한 단어로 해결”할 수 있었으니까. 지은이는 마르케스를 상징하는 단어와도 같은 ‘고독’이 어떤 의미인지 그곳의 공기, 사람을 통해 실감한다. “그의 소설에서 시간은 아무 의미가 없다. (…) 월화수목금토일만을 사는 인간. 거기에는 아무런 역사성이 없다. 시간이 배제된 세계 속에 있는 인간들은 상자 속에 갇힌 것 같은 감정을 느낄 것이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면 남는 것은 공허와 허무다.” <백년의 고독>에서 시간은 연도, 날짜 대신 요일로서 존재할 뿐이고 이 기행문 역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8년 출발 기록 외에 ‘언제’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맞춤법과 문법 오류가 많았지만 디테일만큼은 오류가 없었”던 작가를 좇는 순례답게 이 책도 그를 구성하는 디테일과 생생한 사진으로 속속들이 채워졌다. 평생의 전화 공포. 아버지 친구들에게 생활비를 빌려달라고 전화를 걸어야 했던 11남매의 어린 장남을,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와 미국의 빌 클린턴을 동시에 친구로 가졌던 사회주의자를, 마흔 살까지 1천권 이상 팔린 책이 없었으며 출판사에 <백년의 고독> 원고를 부칠 돈도 모자라 절반만 보내야 했던 무명 작가를, 무엇보다 “인내심은 잃을망정 유머만은 잃지 않”았던 “익살의 대가”를 되살려낸 고해상도 활자 다큐멘터리.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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