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따뜻한 나라?

강경희 논설위원 2021. 11. 5.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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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남부에서 일명 남극 추위라고 하는 강추위가 일주일째 맹위를 떨쳐 수은주가 영하 16도까지 떨어지고 체감온도는 영하 20도까지 내려갔다. 길에 세워둔 자동차가 눈에 덮여 꽁꽁 얼어붙었다. 북부도 온도가 0도 가까이 내려갔다.’ 한국은 여름이지만 남반구는 겨울에 접어든 작년 7월, 국내에서 보도한 아르헨티나 뉴스다. 아르헨티나 남부는 지구에서 남극과 가장 가깝다.

▶아르헨티나 출신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과 관련해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따뜻한 나라 출신이기 때문에 겨울에는 움직이기 어렵다”고 말해 국제 망신을 샀다. 이 발언을 두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아르헨티나에 스키장이 있다는 것을 아느냐”고 했다. 한국과 정확히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아르헨티나는 사계절이 있는 나라다. 세계 8위 면적으로 남북 최장 거리가 3700㎞쯤 되니 아열대, 온대, 건조, 한대 기후대에 다 걸쳐 있기도 하다. 그런 나라를 남반구에 있다고 ‘따뜻한 나라’라고 한다. 아르헨티나에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는 파타고니아 지역에 가 본 사람이 ‘따뜻한 나라’ 얘기를 들었다면 실소를 금치 못했을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추위에 유독 약한 사람도 아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추기경 재임 당시 직원들이 출근해야 건물 난방을 하면서 혼자 있을 때는 전기 난로 하나로 추위를 버텼다고 한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영하까지 내려가지는 않지만 겨울에 난방 시설이 없으면 지내기 힘든 곳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상식 부족 실수가 유독 잦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오스트리아 국빈 방문 소식을 전하면서 독일 국기를 게재해 망신을 샀다. 두 나라 국기는 완전히 다른 모양이다. G7 정상회의 때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사진을 잘라내고 문 대통령이 가운데 선 것 같은 사진을 띄웠다. 외교부는 대통령 순방국 체코를 분리 독립하기 전 나라 이름인 체코슬로바키아로 잘못 표기했다. 발틱 국가를 발칸 국가라고 했다가 해당국 대사관의 항의를 받았다. 발틱과 발칸은 비슷하지도 않은 지역이다.

▶지금 북한이 교황을 초청할 뜻이 없다는 것은 문 대통령도 잘 알 것이다. 코로나로 거의 편집증 수준의 봉쇄를 하고 있는데 외부 방문단의 대거 입국을 받을 수 있겠나. 종교 자유가 말살된 곳에 교황이 가서 무얼 하겠나. 성사 불가능을 잘 알면서 자꾸 교황 방북을 요청하고, 교황청과 다른 발표까지 하는 쇼를 왜 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되지도 않을 일을 하면서 그걸 감추려다 ‘아르헨티나=따뜻한 나라’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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