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진의 마음으로 사진읽기] [1] 대통령의 악수

신수진 예술기획자·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 2021. 11. 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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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녕만, 1994년 10월12일 코엑스 제 25회 한국전자전람회장.

두 사람이 각자 한 손을 내어 맞잡는 악수는 인사⋅감사⋅친애⋅화해 등의 의미를 지닌 사회적 행동이다. 악수를 하는 당사자들은 2~3초 동안의 짧은 신체 접촉을 통해서 서로에 대해 내밀한 인상을 가질 수 있다. 손을 쥐는 세기와 시간, 손의 두께와 피부의 감촉, 시선의 방향 등이 그 인상을 가른다. 사소한 행동처럼 보이지만 상대에 따라 그 규칙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악수를 잘하기란 쉽지 않다.

허리를 굽혀 고개를 숙이거나 무릎을 꿇어 몸을 낮추는 인사와 달리 악수는 상호 동등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악수에도 위계가 반영될 수 있다. 김녕만이 1994년에 촬영한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사진은 작가 특유의 순발력과 유머 감각으로 잡아낸 순간을 보여준다. 즉흥적으로 의전 동선을 벗어나는 일이 많았다는 김영삼 대통령은 사진 속 행사 현장의 책임자에게 손을 내밀고 있지만 시선은 다른 사람을 향해 있다. 반면 프레임 안에 찍힌 많은 사람은 각자 자신의 역할에 충실히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사진가는 그 장면을 기록했다.

기록은 시대에 따라 다른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김녕만은 김영삼⋅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청와대 출입기자로 활동했는데, 2002년에 발간한 포토에세이 ‘대통령이 뭐길래’에 이 사진을 처음 실었다. 뉴스 현장에서 촬영하지만 당연히 신문엔 실리지 않았을 오래전 사진이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애초에 기자의 의무를 벗어난 김녕만의 시선 때문이다. 비록 오답이라 할지라도 하나의 정답만을 추구하지 않은 작가적 태도가 간단한 행사 의전 사진에 변주를 만들었다. 그는 다른 사람보다 재빨리 슈팅 포인트를 잡고 인간 본성에 관한 관심으로 정서적인 진동(振動)을 만들었다. 민첩성과 휴머니즘이 김녕만의 사진을 두고두고 빛나게 하는 경쟁력인 것이다.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들은 오늘도 악수 상대들을 찾아 다닌다. 정치인은 악수만큼 성장한다. 더 많은 사람과 악수하고 상대의 마음을 얻으려 하는 자의 진정한 악수력(力)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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