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그늘] 영산강
[경향신문]
우리나라의 4대 강에 속하는 영산강은 전남 담양군 병풍산을 시원(始元)으로 장성, 광주, 나주, 영산포, 함평 등을 거쳐 서해바다에 이른다. 강이 흘러가는 지역에 따라 이름을 달리 부르기도 한다. 장성에서는 황룡강, 광주에서는 광주천, 나주에서는 지석천, 함평에서는 함평천 등으로 불리어 그 지역 사람들에겐 영산강이라는 이름이 오히려 어색할 정도다. 나도 고향을 떠나온 이후 오랫동안 영산강이란 이름을 잊고 살았다.
최근에서야 어머니를 통해 내가 광주천 옆에서 태어나 거기에서 한국동란을 겪었고 세 살 때 평야 깊숙한 작은 동네로 이사 갔다는 것을 알았다. 나에게 각별한 애정을 남긴 할머니는 나의 유년기에 돌아가셨다. 긴 세월이 흐른 후에 다시 찾아갔더니 내가 태어난 곳은 강이 넓혀지고 새 다리가 만들어지면서 언덕으로 내려앉아 자리하고 있었다.
이렇듯 ‘영산강’은 내게 있어서 연민과 회귀의 장소이기도 하다. 다시 돌아온 곳으로 여전히 강물은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근원지를 찾아 나설 것도 없이 강물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얼굴이 아니었다. 그도 흐르고 나도 따라서 흐르고 있었다.
사진 작업을 시작한 지난봄에만 해도 강물은 낯설게 느껴졌다. 여름 뙤약볕 아래서 억새밭을 헤매는 시간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억새는 은빛 비단결 같은 꽃잎을 강물 위로 날리게 되었고 비로소 나는 그 근원을 생각하게 되었다.
사진은 영산포를 지나 서해바다에 이르기 전의 강물 모습이다. 이곳저곳의 지류를 모아 넓은 가슴으로 강을 품으며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시간과의 이별을 예고하고 있는데도 이렇듯 담담하다.
김지연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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