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클라리넷 소리, 어디까지 들어보셨나요

디지털뉴스부 2021. 11. 4.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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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리네티스트
조인혁
5년간 메트로폴리탄 오케스트라
최초 동양인 관악기 주자로 활동
국내서 처음으로 리사이틀 예정
독일·프랑스 레퍼토리 고루 배치
관악질주' 리허설 현장 [김예중 제공]
관악질주' 리허설 현장 [김예중 제공]
관악질주' 리허설 현장 [김예중 제공]
조인혁

19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뉴욕 메트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수석이 된 음악가. 그의 국내 첫 리사이틀

조인혁(1983~)은 2016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첫 동양인 관악기 주자로 발탁되며 주목받았다. 국내에서는 주로 평창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조인혁의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본격적인 국내 활동을 시작한 그는 첫 리사이틀을 분주히 준비 중이다.

클라리넷 소리와 함께 아프리카 대자연이 떠오른다면 아마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때문일 것이다. 클라리넷은 부드러운 음색 덕분에 영화음악에 자주 사용됐다. 클라리넷을 단순히 목가적인 악기로 치부했다면, 조인혁의 리사이틀을 주목하기 바란다. 이번 연주는 클라리넷의 음악세계를 극대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준비했다.

흔히 '독일식'과 '프랑스식' 클라리넷의 가장 큰 차이를 '음색'이라 한다. 독일과 프랑스 레퍼토리를 고루 배치한 이번 리사이틀을 통해 각자의 취향을 느껴보길. 다음은 조인혁과 나눈 일문일답.

△코로나가 터지며 현재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이하 메트 오페라)는 역사상 가장 큰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도 그 영향이 미쳤을 듯한데,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극장이 닫았던 2020년 3월 말 바로 미국을 빠져나왔다. 사태가 장기화될 것을 예측하고 그때 한국으로 빠르게 이사했다.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갔지만 국내에서 여러 연주를 시작했고, 한양대에서 자연스럽게 교편을 잡게 됐다. 많은 분들의 도움 덕에 비교적 큰 어려움 없이 한국에 정착하게 된 것 같다. 현재 메트 오페라는 다시 정상화되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벗어났다고 들었다.

△지난 9월에는 한국의 젊은 관악 주자들과 함께 (사)영아티스트포럼앤페스티벌의 '관악질주'를 선보였다.

-유럽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연주자들이 모여서 색다른 생각을 공유하는, 그 과정이 참 신기했다. 앞으로도 이 팀으로 계속 활동을 이어가면 좋겠다.

△국내에서는 평창대관령음악제나 주요 오케스트라 객원 단원으로 얼굴을 비춰 왔다. 오는 11월과 12월, 통영과 서울에서 리사이틀을 준비 중이다. 오랜만에 '솔리스트 조인혁'을 마주하여 반갑다.

-젊은 시절, 오케스트라에 미쳐있을 때가 있었다. 누군가와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즐겼고, 그 꿈이 커져서 결국 오케스트라 연주자로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몇 년 전부터 여러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면서, 그동안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다듬었던 나의 소리에 색다른 힘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깊은 소리를 담은 리사이틀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리사이틀은 독일(베버·슈만)과 프랑스(드뷔시·생상스) 레퍼토리를 적절히 분배했다.

-프랑스와 독일 감성이 서로 맞닿으니 아주 기가 막힌 조합이 되더라. 각 곡들이 가진 장점이 다르면서도 비슷하게 어우러져 좋은 프로그램이 됐다고 생각한다.

△베버의 '그랜드 듀오 콘체르탄테'는 초기 낭만주의 작품답게 화려하면서도 오페라적인 요소가 잘 느껴진다. 드뷔시의 '첫 번째 광시곡'은 강렬한 다이내믹이 담긴 곡이고.

-베버의 오페라틱한 특징, 넓은 스펙트럼을 지닌 클라리넷의 장점, 이 둘이 만나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거기다 화려한 피아노의 테크닉까지 더해져 리사이틀의 서막을 화려하게 열 것이다. 드뷔시 '첫 번째 광시곡'의 몽환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색채 변화는 클라리넷만이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라 본다.

△클라리넷은 자칫 잘못하면 크게 부는 부분에서 소리가 날카롭거나 거칠게 들릴 수 있다.

-최대한 공명이 잘 된 음색으로 넓게 홀을 채우는 게 중요하다. 베버와 드뷔시 두 곡에서의 화려함이란 결국 작게 부는 부분에서 얼마나 섬세한 표현력이 나오는가가 핵심이다.

△반면 슈만 '세 개의 로망스'와 생상스 클라리넷 소나타 Op.167은 애절한 감성이 잘 묻어 나온다.

-슈만이 가진 서정적인 감성, 그만의 독특한 세계를 표현하는 데에 클라리넷이 제격이다. 원곡인 오보에 버전보다 더 애절한 표현력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생상스가 말년에 쓴 소나타는 아름다웠던 인생을 덤덤히 회상하며 쓴 선율이 인상 깊다. 클라리넷 특유의 목가적 음색을 들을 수 있다.

△이처럼 낭만주의 정수를 보여주는 곡에선 무엇을 가장 신경 써야 하나.

-프레이징의 세련됨. 클라리넷의 넓은 음역대 사이의 자연스러운 레가토와 극단적 다이내믹을 신경 써야 한다.

△이번 리사이틀에서 선보이는 레퍼토리가 프랑스와 독일로 나뉘듯, 클라리넷의 악기 구조도 프랑스(뵘식)와 독일(욀러식) 스타일로 나뉜다.

-프랑스와 독일의 악기 차이는 결국 음색이다. 프랑스 악기는 따뜻한 음색, 독일 악기는 더 깊이 있는 음색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둘을 융합하는 추세로 가는 편이다. 프랑스의 클라리넷 음악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음색의 변화를 집중해서 전개한다. 화성도 좀 더 진취적인 면이 느껴진다. 독일 낭만주의기의 클라리넷 음악은 형식적이고 구조적으로 음악을 전개해나간다. 묵직한 클라이맥스를 기대할 수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 이유도 화려한 음색을 지향하기 때문인가.

-프랑스는 내가 좋아하던 스타일과 정반대를 추구하는 곳이었다. 단점이라 여겨지던 유연함과 화려함을 배우고자 떠났던 유학이었다. 운이 좋게 파리고등음악원에서 미셸 아리농(1945~)에게 많은 배움을 얻었다. 특히 유학 시절, 파보 예르비/파리 오케스트라의 아시아 투어를 함께한 경험이 가장 인상 깊게 남아 있다.

△한양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학생들에게는 어떠한 가르침을 전하고 있나.

-더 정확한 귀로 항상 자신의 연주를 들으라고 한다. 가장 훌륭한 스승은 자기 자신이다. 공부하는 동안 기본기 훈련이 중요하다. 학생 때 훈련을 해야지 프로 연주자가 됐을 때 수월하다. 그래서 과제의 양이 항상 많은 편이라, 매번 학생들에게 미안하다.

△스위스 무직콜레기움 빈터투어, 바젤 심포니의 수석을 역임하고, 2016년에 메트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수석으로 선발됐다.

-빈터투어는 작지만, 밀도 있는 연주를 선보이는 단체다. 그만큼 세밀한 앙상블 능력을 키우는데 제격이다. 바젤 심포니는 오페라와 큰 편성의 교향곡을 번갈아 가며 연주하는 단체여서 음악적 유연함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됐다. 메트 오페라에서는 바쁘게 돌아가는 극장 스케줄을 소화하며 집중력을 키웠다.

△유럽과 미국 악단의 궁극적인 차이점은.

-미국은 좀 더 구조와 앙상블, 사운드에 집중하는 반면, 유럽은 기술적인 면보다는 음악적인 완성도를 추구하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 같다.

△메트 오페라는 블라인드 오디션을 통해 단원을 선발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공석이 잘 안 나는 단체인데.

-메트 오페라에 오디션이 났다는 소문을 듣고 부랴부랴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 서류접수를 했지만 사실 될 거라는 상상을 해본 적은 없다. 그저 최선을 다해야 후회가 남지 않을 것 같았다.△입단 과정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2라운드에서 큰 실수를 했다. 스메타나의 '팔려간 신부' 서곡이었다. 크게 낙심했는데 그 부분을 한 번 더 시키더라. 악기를 챙겨 집에 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파이널 라운드에 진출했다고 해서 놀랐다. 합격하고 난 후에 심사위원들을 만나러 갔는데 내가 합격자인지 모르는 걸 보고, 확실히 블라인드 오디션으로 공정하게 진행됐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긴 호흡의 오페라 레퍼토리도 많이 접했을 것 같다. 가장 인상 깊었던 무대는.

-바그너의 '반지' 사이클 중 제일 마지막인 '신들의 황혼'에서 나온 클라리넷 솔로를 잊을 수가 없다. 모든 관객, 모든 오페라단이 나에게 집중한 그 느낌이야말로 최고의 음악적 성취감이었다.

△2016년부터 야니크 네제 세갱(1975~)이 메트 오페라의 음악감독으로 재직 중이다. 가까이서 본 그는 어떠한 지휘자인가.

-사람이든 음악이든 하나로 통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훌륭한 인품을 갖고 있어서 단원과 거리낌 없이 친해진다. 이러한 친화적인 에너지를 음악에 잘 녹여내는 지휘자다.

△단원으로서 메트 오페라 특유의 사운드를 분석한다면.

-전임 지휘자 제임스 러바인(1943~2021)이 조련해놓은 깊은 사운드가 장점이다. 신입 단원 당시 제임스 러바인의 사운드가 오케스트라에 녹아 있어 놀랐다. 지금은 세갱이 그 바통을 이어받아 음악적으로 더 유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외에도 성악 앙상블에 최적화된 사운드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합창·독창·중창이 나오면 사운드 밸런스를 기가 막히게 맞추는 DNA를 지녔다.

△국내 첫 리사이틀을 마무리한 후, 앞으로는 어떠한 경험의 폭을 확장하고 싶은지.

-요즘은 오케스트라 협연 레퍼토리를 확장하고 있다.

글=월간객석 장혜선기자·사진=스테이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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