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품귀사태] 별도 대체재 없어 정부만 쳐다보는 기업들

박정일 2021. 11. 4.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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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트럭과 같은 디젤 엔진 차량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요소수'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물류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의왕ICD(내륙컨테이너기지)에 화물트럭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갑작스러운 요소수 공급부족으로 물류대란은 물론 국가 인프라까지 마비될 지경에 이르면서 관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업계에서는 당장 이달 말 요소수 재고가 바닥나는 상황에서 이를 대체할 방법이 없어 정부만 바라보는 상황이다.

단 정부가 검토 중인 산업용 요소수의 차량용 전환 가능성에 대해서는 기술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석탄 대신 석유로도 요소수를 만들 수는 있지만 대규모 장치산업의 특성상 2년 여의 시간이 걸리고,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확산 전략과도 맞지 않는다.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정부가 규제를 풀어 요소수 없는 디젤차도 시동이 걸리도록 해주거나 정상 운행이 가능하도록 해 주는 것인데, 차량 수리에 따른 디젤차주들의 비용 부담을 정부가 보전해줘야 하고 또 탄소중립 정책과도 배치된다는 딜레마에 빠진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요소수 제조업체들에게 소방차 등 공공 용도의 디젤차에 대한 공급을 우선 배정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정부 요청에 따른다는 계획이지만, 그에 따른 화물차 등 민간쪽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했다.

요소수란 디젤 차량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NOx)을 정화시키기 위해 쓰이는 것으로, 차량 내 SCR(선택적 촉매 환원법) 장치에 들어간다. 정부가 2015년 모든 디젤차에 SCR를 의무 장착하도록 하면서, 디젤트럭이나 버스 등은 요소수가 없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주행속도에 제한이 걸린다.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는 순도에 따라 등급이 나뉘는데, 가장 순도가 높은 차량용이 전체 시장의 10%, 공장이나 발전소에 쓰이는 용도가 30%, 비료 등에 쓰이는 농업용이 60% 정도를 차지한다. 차량용의 경우 거의 전량을 다 중국산 요소를 사용한다.

그런데 중국이 지난달 15일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에 대한 '수출화물표지(CIQ) 의무화 제도'를 시행하면서, 국내 요소 수입량이 '0'이 됐다. 외교갈등으로 호주가 대중국 석탄수출 금지 조치를 하자, 중국이 내수 수요 확보를 위해 요소 수출을 제한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누적 기준 요소수의 원료인 산업용 요소는 97.6%가 중국산이었다. 러시아 등 일부 국가에서도 요소를 수출하고 있지만 순도가 떨어져 차량용으로는 부적합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는 롯데정밀화학의 전신인 한국비료가 요소를 생산했었는데, 수입산과 비교해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자 2011년 생산을 중단했다.

정부에서는 요소수 부족으로 화물차 운행이 어려워지고 여기에 소방차와 버스 등 공공 인프라까지 마비될 지경에 이르자 다각도의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답답해 하고 있다.

먼저 정부에서 검토 중인 다른 산업 용도의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순물이 많아 SCR를 쉽게 망가뜨릴 수 있고, 발암물질이 배출될 위험도 크다고 지적했다. 대형 트럭의 경우 SCR이 망가질 경우 수리비만 1000만원 안팎으로 들어간다.

또 하나의 대안으로는 차량의 배기가스 저감 시스템을 조절해 요소수 없이도 차량이 주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이는 최근 정부가 내놓은 탄소중립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에 선택이 쉽지 않다. 디젤차주들이 직접 가서 이를 개조하는 것도 쉽지 않고, 그렇게 하더라도 대기오염방지법 위반으로 벌금을 물게 된다.

일부 디젤차주들은 해외직구로 요소수를 확보하고 있긴 하지만, 이 역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순 없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석탄 대신 석유화학 기술로 요소를 만들수도 있는데 장치산업의 특성 상 관련 설비 구축에만 2년 안팎의 시간이 걸린다. 또 석유화학업계가 이를 구축하더라도 석탄과의 원가경쟁에서 크게 밀리고, 또 전기·수소연료전지차 시대 진입에 따른 수요 감소를 알면서 투자할 이유도 없다.

중국의 수출 재개가 가장 확실한 해결법이지만, 이는 개별 기업이나 정부 차원에서도 하기 어려운 숙제다. 코트라 김성애 중국 베이징무역관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계절적 요인으로 석탄 등 생산 원료 가격 급등세가 이어져 중국 내 요소 생산 회복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중국 내 공급이 개선되지 않으면 수출제한 조치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박정일·김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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