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부족에 차 멈추는데' 산업부·기재부, 3시간 맹탕 회의.. 대책은 "동향 주시"

세종=박성우 기자 2021. 11. 4.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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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발(發) 요소수 품귀 현상에 물류 대란까지 우려되는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회의를 가졌지만 ‘맹탕 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관계부처는 3시간 넘게 회의를 가졌지만 “수출입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중국 정부에 협조를 요청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 구체적인 실행책을 내놓지 못 했다.

산업부와 기재부 등 관계부처는 4일 오후 2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산업용 요소를 수입하는 업계와 긴급 간담회를 갖고, 국내 요소 수급 원활화를 위한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산업부, 환경부, 기재부, 외교부, 조달청, 코트라(KOTRA), 한국수입협회 등을 비롯해, 요소수 관련 민간기업 7개 업체가 참여했다.

이번 간담회는 중국 정부의 요소 수출검사 의무화 조치 이후, 국내 업계들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애로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현황을 점검하고 업계와 함께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개최됐다는 게 산업부 설명이다. 산업용 요소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지난해 88%에서 올해는 97%까지 증가했다.

문제는 이날 2시에서 4시 50분까지 약 3시간에 걸쳐 회의를 했지만, 기존 대책을 반복 할 뿐 새로운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점이다. 산업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앞으로도 중국 등의 요소 수출입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겠다”며 “국내 요소 수급이 원활화될 수 있도록 중국 정부의 협조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중국 외 수입국 다변화 지원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디젤 엔진 차량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요소수'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4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의 한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에 트럭들이 요소수를 넣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이어 “수입국 다변화를 위해 외교부, 산업부, 코트라, 관세청 등 관계부처와 기관이 긴밀히 협조하고, 업계에서 건의한 사항에 대해 기재부 등 관계부처와 조속히 협의하겠다”며 “해외공관, KOTRA 무역관, 수입협회 등을 통해 제3국 등 다양한 공급처를 발굴하고, 해외업체의 공급 가능 여부 확인 시, 조달청과의 긴급수의계약 등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협조 요청과 수입국 다변화 등은 이미 발표됐던 대책이었다. 정부는 지난 2일 요소 수급 대응 회의에서 ▲산업용 요소를 차량용으로 전환 ▲중국 정부 협조요청 ▲수입처 다변화 ▲신속한 통관 등을 발표한 바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서 수입한 요소 55만 톤(t) 가운데 산업용은 33만t(차량용 8만t 포함) 수준이다. 또 정부는 매점매석 등 불공정거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단속반을 꾸리기로 했다.

실제 이날 회의에서 업계는 현재 기존 대비 수입가격이 3~4배 가량 상승하고 있어, 업계의 비용 부담 완화 등 구체적인 정책적 지원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트럭 운전자는 “요소수 가격 급등으로 당장 가격이 2~3배 비싸지면서 부담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상황이 급한데, 정부는 시장 동향을 지켜보겠다, 중국에 협조를 요청하겠다는 말 뿐인 대책만 내놓고 있다”고 했다.

요소수는 경유 차량의 필수품으로 이와 같은 상태가 장기화하면 물류대란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월 t당 267달러였던 중국의 요소 수출 가격은 지난 9월 483달러로 2배 이상 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요소를 수입해 증류수와 섞어 요소수를 만든다. 요소수는 자동차 배기가스에 포함된 미세먼지의 주범인 질소산화물(NOx)을 물과 질소로 분해시켜주는 성분으로 버스나 트럭 등 디젤차에 의무 장착하는 배출가스 저감장치(SCR)에 들어간다. 승용차는 주행거리 1만 5000㎞에서 2만㎞, 화물차는 200~300㎞당 10L의 요소수를 주입해야 한다.

요소 수입이 중단되면서 국내 요소수 품귀 현상이 발생했고 그 결과 가격이 치솟고 있다. 요소수 판매 가격은 종전에 10L 제품이 9000원~1만2000원 사이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1만5000원~1만6000원까지 뛰었다. 대부분의 주유소에서는 이마저도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주유소에서 개인 간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온라인 카페에서는 한통에 12만원 이상에 판매하는 글도 등장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날 회의는 구체적인 대응 방안보다는 요소수 수급과 관련해 업계의 현황과 애로사항을 듣는 취지의 자리로 알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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