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칼럼]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의 변심

김명지 바이오팀장 2021. 11. 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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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전화 폭탄으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어요."

현재 셀트리온 IR팀은 주주들의 전화 공세로 정상적 업무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한다.

식약처가 강성주주의 폭탄전화로 업무부담을 호소할 때 셀트리온의 모 인사는 "주주들이 하시는 일인데, 저희는 막을 방도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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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전화 폭탄으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어요.”

올해 초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홈페이지 조직도에서 의약품안전국 임상정책과 내선 전화번호가 자취를 감췄다. 임상정책과는 국내외 신약 임상 및 사용 허가를 총괄하는 부서다. 그런 부서에 연락할 길이 없어진 것이 답답했던 터라 식약처 인사에게 그 이유를 따져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셀트리온이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가 정식허가를 받기 전까지, ‘빨리 허가를 내라’는 항의전화가 내선번호로 쏟아졌어요. 국민신문고, 인천시 민원게시판까지 아주 난리였습니다.” 홈페이지에 공개된 실명을 거론하는 전화에 밤잠을 설치는 직원까지 생겨났고, 급기야 김강립 식약처장은 ‘전화번호 비공개’를 지시했다고 한다.

현재 식약처 홈페이지 조직도에서 관련 업무와 대표 전화번호를 제외한 정보는 모두 비공개다. 내선번호를 완전 비공개로 돌렸던 의약품안전국의 경우 담당 업무와 내선번호는 다시 공개했지만, 담당자 실명은 앞으로도 비공개로 하기로 했다.

셀트리온 소액주주의 회사에 대한 충성도는 유명하다. 셀트리온은 기관투자가가 많은 국내 대기업과 달리 소액주주 비중이 60%가 넘는다. 이들은 자신이 투자한 기업에 해(害)가 된다 싶으면 정부 부처에 전화 폭탄을 퍼붓고, 댓글 부대를 동원해 민원 게시판을 도배한다. 지난 2018년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정기 주총 때는 참석자가 3000명이 넘었다. 오스트리아 빈 출장 중이던 당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현지시각 오전 2시 주총장 화면에 등장했고, 2시간 넘게 실시간으로 주총에 참여했다.

그런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이 이번에는 회사를 상대로 집단행동에 나섰다. 셀트리온의 주가가 최근 크게 떨어졌는데, 회사가 주가 방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셀트리온의 주가는 작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로 주목을 받으면서 크게 올랐다. 2017년 3월 8만8100원이던 주가는 지난해 말 최고 39만5000만원까지 4배 넘게 폭등했다. 셀트리온의 11월 현재 주가는 20만9000원으로 최고점에서 반토막이 났다.

그러자 ‘셀트리온 소액주주 비상대책위원회’는 주주서한을 보내 지분 모으기를 통해 5000만주를 확보하고, 경영진이 주가를 끌어올리지 않으면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했다. 이들은 자사주 100만주 매입 등 주가 부양책을 펼 것도 요구했다. 현재 셀트리온 IR팀은 주주들의 전화 공세로 정상적 업무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강성주주들의 행태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셀트리온은 주주들이 그동안 정부부처에 퍼붓던 폭력적인 행태를 방치해 왔다. 식약처가 강성주주의 폭탄전화로 업무부담을 호소할 때 셀트리온의 모 인사는 “주주들이 하시는 일인데, 저희는 막을 방도가 없다”고 했다. 그러다가 이제 극성 주주들의 공격 대상이 됐다.

셀트리온 주가는 코로나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올랐다가 떨어졌다. 하지만 이를 경영진 책임이라고 보기 어렵다. 서정진 명예 회장은 그동안 치료제에 대해 “수익을 남길 목적이 아닌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밝혀 왔다. 그렇다면 ‘치료제를 적극적으로 팔아서 주가를 방어하라’는 셀트리온 주주들의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문제는 주가에 극도로 민감한 강성 주주의 이런 행태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대한 불신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얼마 전 만난 의료계 원로는 주주 집단행동에 대해 “국내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는 사람 중에서 거짓 정보로 주가를 올리고 내리는 것에 관심 있는 사람 말고, 진짜 공부하고 투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느냐”라고 했다. 선동은 잠시 통할 수 있어도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도 강성 주주들의 “떼쓰면 통한다”는 논리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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