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이 책 소문 들어보셨나요···‘재명아! 기본 소득이 뭐야?’

이진석 경제부장 2021. 11. 4.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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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홍보용 아동 도서 등장… 월 4만1667원 나눠갖는데 26조
세금 걷어 쉽게 할 수 있다면 왜 어떤 나라에서도 안 하겠나

기호 7번 김순자 후보는 “15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월 33만원의 기본 소득을 현금으로 지급하겠다”고 했다. 2012년 대선에 진보신당이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하자 “울산과학대에서 청소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는 김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기본 소득 도입이 대선 공약이었지만, 눈길을 끌진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3일 경기도 부천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열린 제21회 만화의 날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군소 후보의 이색 공약이라며 화제가 됐다. 당시 4580원이었는데 2배 넘게 올리겠다고 했다. 이걸 곁눈질했는지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고, 취임 후 두 자릿수 인상률로 밀어붙였다. 그다음 어떤 쑥대밭이 벌어졌는지 전 국민이 안다.

내년 대선에서는 김순자 후보의 기본 소득 공약이 여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대선 공약집에 들어갈 모양이다. 우선은 1년에 50만원, 월 4만1667원을 준다고 한다. 5185만명에게 나눠 주려면 연간 26조원이 있어야 한다. 목표대로 월 50만원으로 늘리려면 매년 300조원이 필요하다. 세금을 더 걷겠다고 한다. 이번엔 어떤 쑥대밭이 벌어질지 모를 일이다.

얼마 전 ‘재명아! 기본 소득이 뭐야?’라는 책 소문을 듣고 구해서 읽었다. 작년 9월에 나온 아동용 도서인데 이재명 후보가 추천사를 썼다. “초등학교 5학년인 주인공 이름이 저와 같기도 하지만, 세계 어린이 기본 소득 대회의 한국 예선이 경기도에서 열린다는 책의 내용이 저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기본 소득이 모든 사람들에게 기쁨이 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합니다”라고 했다.

저자가 주인공 이름을 하필 이재명으로 정한 이유를 밝히진 않았지만, 추천사를 받은 걸 보니 짐작은 간다. 그는 “기본 소득은 가난한 사람을 돕자는 따뜻한 마음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원래 우리 모두의 것을 되찾자는 권리 선언”이라고 했다. 복지가 아니라 권리라 기본 소득은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라는 단체의 이사장도 추천사를 썼다. “기본 소득은 너무나도 하기 쉬운 정책”이라며 “국민들로부터 소득에 비례해서 기여금(세금)을 걷어서 모든 국민에게 아무 조건 없이 똑같이 나누어 주면 된다”고 했다. 세금 300조원을 더 걷는 일이 쉬울 리가 없다.

책에는 식품 회사 회장인 재명이의 친구 할아버지가 과장된 표현으로 기본 소득에 반대하면서 핏대를 세우는 역할로 등장한다. “부자들 재산 몽땅 빼앗겠다는 도둑놈 심보 아니냐? 기본 소득 받아서 베짱이처럼 놀기만 하면 누가 열심히 일하겠냐? 공짜로 나라에서 돈 받아 놀고먹겠다면 나라 망한다. 피땀 흘려 발전시킨 나라인데 망하면 되겠니?” 하고 물었다.

재명이는 이렇게 대답한다. “왜 미국의 큰 부자 일론 머스크나 빌 게이츠는 기본 소득 실시를 위해 세금을 올리는 것을 지지할까요?” 큰 부자들이 찬성하는데 뭐가 문제냐고, 그보다 못한 작은 부자들이 무슨 반대냐고 할아버지의 말문을 막았다.

이재명 후보는 초등학교 5학년이 아니라 경기지사를 지냈고,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정치인이다. 재명이와는 달라야 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똑같은 얘기를 한다. 이 후보는 지난 2월 페이스북에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등 이 시대 자본주의 최첨단에 위치한 기업인들이 ‘기본 소득’을 주장하는 이유가 있다”는 글을 올렸다.

빌 게이츠 등은 AI(인공지능)나 로봇에 밀려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을 위해 기본 소득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당연한 권리고, 막대한 세금 걷어 당장 해야 할 정책이라고 한 것이 아니다. 몰랐다면 문제고, 알면서 그랬다면 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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