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고전사상으로 톺아본 보유세

이일영 한신대 경제학 교수 2021. 11. 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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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제학자들 사이에 부동산 보유세는 우수한 세금이고 거래세는 열등한 세금이라는 견해가 널리 퍼져 있다. 보유세를 이용해 불로소득을 환수하고 이를 전 국민에게 분배하자는 주장도 있다. 어떤 이는 보유세가 거래물량과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도 기대한다. 고전 사상가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았을까?

이일영 한신대 경제학 교수

잘 알려진 것처럼, 헨리 조지는 토지보유세를 강력하게 옹호하고 나아가 국가 전체가 토지단일세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토지보유세가 좋은 세금이라는 것은 토지공급이 제한되어 있다는 전제에서 나온다. 토지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토지에 대한 세금은 이용되는 토지의 양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지는 리카도가 제시한 분배의 공식으로부터 논의를 전개했다. 고전파 경제사상의 골격을 확립한 리카도는 경제잉여는 총생산에서 필요소비를 뺀 것으로 생각했다. 조지는 경제잉여는 생산량에서 지대를 뺀 것이고, 이는 임금과 이자의 합과 같다고 보았다. 따라서 지대가 생산량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 임금과 이자로 분배될 경제잉여가 감소한다. 즉 물질적 진보가 일어나도 빈곤은 심해진다는 것이다.

조지는 지대가 빈곤의 원인이라고 보고 지대를 조세로 흡수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건물은 공급이 가변적이고 이에 과세하면 공급량에 영향을 미친다. 조지 역시 건물에 대한 과세는 없애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토지와 건물을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조지의 주장은 리카도 이론의 기반 위에 서있다. 리카도의 출발점은 재생산을 위한 경제잉여였다. 리카도는 총생산은 고정, 노동은 무한 공급, 임금은 생계비 수준에서 결정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토지는 희소하여 지대가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곡물 무역을 제한하면 지대가 높아지고 이윤율이 낮아진다. 이윤율이 낮아지면 자본가들이 생산을 늘리지 않고 경제가 정체한다. 따라서 무역과 시장을 자유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리카도는 재산세를 지지했다. 이는 국채 부담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구상된 것이다. 그는 정부 규모가 커지면서 생길 수 있는 부패를 우려하며 국채 대신 일회적이고 대폭적으로 재산세를 부과하자고 제안했다. 국채와 조세가 동등한 효과를 지닌다는 관점에서 조세를 지지했다. 리카도는 마르크스에게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둘 다 경제운동의 핵심요소를 이윤으로 보았다. 여기서 마르크스가 더 나아간 부분은 이윤의 본질에 관한 것이다. 자본이 이윤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계급적 착취가 생긴다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중시한 점은, 자본이 이윤을 얻을 수 있는 힘(권력)은 소유(재산)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부동산은 필요소비재이면서 자본재이다. 자본으로서의 부동산은 토지와 건물로 분리되지 않는다. 자본은 운동하는 가치이며, 자본은 도시·농촌의 지형과 운송망을 만들어낸다. 고정자본에서 점점 중요해지는 부분은 공동으로 사용하는 물리적 기반시설이며 여기에는 부동산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부동산에 대한 투자는 자본 순환의 중요한 고리가 된다.

신고전파 혁명의 의미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제번스는 애덤 스미스가 말하는 사용가치를 총효용으로 보고 총효용이 아닌 한계효용이 교환가치를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노동 또는 생산비용이 교환가치를 결정한다는 스미스와 리카도의 고전파 전통을 반박한 것이다. 그는 경제를 작동시키는 개인의 힘(권력)을 새롭게 부각했다. 신고전파 입장에서는 부동산의 교환가치는 그 물건이 개인에게 주는 즐거움·괴로움(효용)의 한계가치가 결정한다. 세금은 개인·집단·물건에 따라 다양한 영향을 나타낸다.

고전 사상가들의 생각을 참조하면, 부동산 보유세는 서로 다른 역할로 사용될 수 있다. 자본의 이윤을 보호하는 방식으로도, 제한하는 방식으로도 쓰일 수 있다. 세금은 결국 국가와 자본과 개인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와 관련된 문제이다.

이일영 한신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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