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107] 영행전에 오를 비서관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2021. 11. 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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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관(宦官)이나 내시(內侍)는 임무 자체가 사사롭게 군주를 섬기는 것이니 딱히 그들에 대해 충신이니 간신이니 논할 가치도 없다.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 역사를 쓰면서 열전(列傳)을 둘 때 방기(方技)전이나 폐행(嬖幸)전 혹은 영행(佞幸)전을 둔 것은 또 다른 행태의 간사한 짓이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방기전에 들어가는 인물은 군자라면 수치스럽게 여기겠으나 한 국가를 경륜함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되는 인물을 뜻한다. 예를 들면 명의(名醫)나 통사(通事)가 이에 해당한다. 조선 초 경복궁 건축을 담당했던 환관 김사행(金師幸)이나 태종 때 창덕궁을 지은 건축가 박자청(朴子靑) 등도 이에 해당할 수 있다. 임금을 잘 치료하면서 아첨을 잘한다거나 나라의 일을 잘 통역하면서 부정한 방법으로 자리를 얻는 자들이 대체로 방기전에 포함됐다.

그보다 아래급인 영행 혹은 폐행은 임금이 좋아하는 바를 몰래 엿보아 비위를 맞추고 그것을 조장하는 자다. 이들이 쓰는 수단은 무궁무진하다. 아첨, 음악, 여색, 사냥, 가렴주구, 화려한 궁전, 술법 등이 그것이다.

남다른 이벤트로 유명해진 청와대의 한 비서관은 요즘 보면 아첨에도 능한 듯 보인다. 아첨을 할 때 원칙은 딱 하나, 일반 백성은 안중에 두지 않고 오로지 주군의 뜻만 살피는 것이다. 이를 봉영(逢迎)이라고 했다. 그는 이 봉영에도 일가견을 보이고 있다.

현재 유럽 순방에 나선 문 대통령이 무슨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국민이 의아해하던 시점에 문제의 비서관이 또 한마디 했다.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 일정의 절반이 지났을 뿐인데” “(문 대통령) 발에서 피가 났다”고 너스레를 떤 것이다.

뒤에 역사를 쓰면서 누가 열전을 짓는다면이 비서관의 경우 어디에 속할까? 환관일 수는 없고 이벤트라는 방기는 약발이 떨어졌으니 남은 것은 하나, 낯 간지러운 아첨이다. 방기전에 속할 뻔했던 그의 행적은 요즘 봐서는 아무래도 영행전에나 실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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