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약 발굴' 산업부 차관 수사 의뢰.. 빙산 일각 아닌가

2021. 11. 3.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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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약 발굴' 논란을 빚은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와 여성부에서 잇따라 '공약개발' 의혹이 제기되자 총리와 선관위가 뒤늦게 관권 선거 개입 차단 의지를 보이고 나선 것이다.

민주화 이후 차관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해서 후보를 위한 공약 발굴까지 나선 것은 전례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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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약 발굴’ 논란을 빚은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는 산업부와 유사한 의혹이 제기된 여성가족부에 대해서도 선거법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또 김부겸 총리는 어제 전 중앙부처 공무원에게 서한을 보내 정치적 중립과 철저한 공직기강 확립을 당부했다. 산업부와 여성부에서 잇따라 ‘공약개발’ 의혹이 제기되자 총리와 선관위가 뒤늦게 관권 선거 개입 차단 의지를 보이고 나선 것이다.

박 차관은 지난 8월31일 산업부 내부 회의에서 “대선 캠프가 완성된 후 우리 의견을 내면 늦는다. 공약으로 괜찮은 느낌이 드는 어젠다를 내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유사한 일이 재발하면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질책했다. 김경선 여성부 차관도 지난 7월 29일 과장급 회의를 열어 공약 제출을 지시했다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폭로했다. 여성부 내부 이메일에는 “과제 관련 외부 회의, 자문할 시에는 ‘공약’ 관련으로 검토한다는 내용이 일절 나가지 않도록 하며 ‘중장기 정책과제’로 용어 통일할 것”이라는 지시가 적혀 있다. 대선 공약이라는 것을 숨기라는 입단속과 함께 은폐 방법까지 지시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부처 차관이 대선 주자들을 위한 공약을 만들라고 공무원들에게 지시한 것은 헌법상 선거·정치 중립의 의무를 어긴 일이다. 사실상의 국가 근본 파괴 행위다. 민주화 이후 차관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해서 후보를 위한 공약 발굴까지 나선 것은 전례가 드물다. 어물쩍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청와대와 총리실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부처가 요란하게 회의까지 열었는데 부처의 공약 발굴 움직임을 몰랐다면 무능과 직무유기이고, 알고도 모른 척했다면 선거 개입의 공범이 되는 것이다.

정부 부처에 친여 인사가 다수 포진해 있다는 점에서 두 차관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선거철 냉철한 심판이 되어야 할 법무부, 행정안전부 장관이 여당 의원이고 총리도 여당 소속이다. 중앙선관위·국민권익위와 검찰·경찰의 정치적 편향도 심각하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적발되는 공무원은 엄중히 문책하고 일벌백계로 다스려 흐트러진 공직사회 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 민주주의의 시작이자 끝인 선거의 공정성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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