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석 유영모 - 박영호 [조정목의 내 인생의 책 ④]

조정목 대구지방국세청장 2021. 11. 3.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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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민족정신사의 사표

[경향신문]

‘씨알의 소리’를 발행한 함석헌은 많이들 알고 있지만 그의 스승 유영모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나도 마흔이 넘어 우연히 직장 인근 서점에서 <다석 유영모>란 책을 만나면서 그를 알게 되었다. 이 책은 그의 제자 박영호가 유영모의 삶과 사상을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 써놓은 입문서이다.

세검정 앞 맑은 계곡물이 흐르는 곳에서 신선처럼 살다갔다고 전해지는 선생은 근대 민족정신사의 사표로 존경받는 분이다. 근대 한국의 위인인 함석헌, 김교신, 류달영 같은 분들까지도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오늘의 내가 되지 못하였을 것” “내가 만나본 가장 경외한 사람” “인격이 참되고 거룩한 진인 또는 성자”로 표현할 정도였다고 한다.

아쉽게도 선생은 일기 형식의 <다석일지>와 약간의 기고문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저작들을 남기지 않았다. 하지만 선생의 각종 강연과 교육, 후학들의 연구를 통해 전수되어온 그의 사상은 한국철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익혀야 하는 근대철학의 정수로 여겨지고 있다.

일반인인 내가 다행히 <다석 유영모>를 통해 피상적으로나마 그 사상의 일부를 접할 수 있게 된 것을 정말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특히 선생이 기독교 정신을 뼈대로 동양의 유불선을 통합한 자신만의 예수 신앙을 세우고 ‘참나’의 종교인·생활인으로서 그 신앙의 내용을 일상에서 실천하며 살아가셨다는 사실은 나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식민과 혼돈의 시대에 예수의 삶을 좇아 예수처럼 살다간 그의 일상은 주일에만 의무감으로 교회를 다니고 예수를 신앙의 대상으로만 섬기던 나를 되돌아보게 하였던 것이다.

이 글을 쓰며 찾아보니 지금은 이 책이 절판된 것으로 나와 있어 아쉽기만 하다. 재발간 되어 많은 사람들이 다석 입문서로 읽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조정목 대구지방국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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