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통증 없이 서서히...‘은둔형 심근경색’이 늘고있다

김무현(동아의대) 순환기연구재단 이사장 2021. 11. 3.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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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질병 지도가 바뀐다 ②

올해 쉰 살이 된 가정주부 김모씨는 간혹 속쓰림 증상이 있었다. 응급실에 실려간 그날 오전에도 속쓰림이 있었다. 오전에 커피를 많이 마셔 그러려니 했다. 그러다 어지럽고 세상이 빙빙 도는 현기증을 호소하다 쓰러졌다.

심근경색/뉴시스

응급실에서 시행한 검사에서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는 300(mg/dL) 이상으로 높았다. 정상은 180~200 이하다. 심전도 검사에서 심근경색증에서 특징적으로 나오는 심장 전기 파동은 없었다. 심근경색증 때 나오는 혈중 트로포닌 수치가 높게 나왔다. 혈관 조영 검사 결과,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일부 관상동맥이 막혀 있었다. 환자의 증상은 심근경색증이었던 것이다. 극심한 통증으로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지는 전형적인 형태가 아니었기에 환자는 심근경색증을 미처 생각지도 못해 응급실 방문이 늦었다.

◇'화산 폭발형’ 심근경색 줄고, 은둔형 늘어

전형적인 심근경색증은 관상동맥 큰 줄기에서 혈관 내벽을 감싸는 동맥경화 찌꺼기 플라크가 찢어지고 터지면서 관상동맥 줄기가 완전히 막히는 상태로 온다. 그로 인해 심장 앞쪽 또는 아래벽에 피가 공급 안 되어 심장 근육이 박동을 멈춘다. 화산 폭발하듯 순식간에 전격적으로 일어나고, 가슴 통증이 극심하다.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져 의식을 잃기도 한다.

ST 분절 비(非)상승 증상/ 이런 사람 ST 분절 비상승 심근경색증 조심

이런 경우 심전도를 찍으면 심장 전벽과 하벽 전기 전도 상태를 반영하는 ‘ST 분절’이 올라가 있다. 이를 의학계에서는 ST 분절 상승형 심근경색증이라고 한다. 심전도를 찍었을 때 이것만 보이면 바로 심근경색증으로 인지한다.

그런데 요즘 이런 화산 폭발형 심근경색증보다 ‘은둔형’ 또는 ‘변방형’이 늘고 있다. 관상동맥 큰 줄기가 막혀서 생기는 것보다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변방 줄기가 막혀서 오는 심근경색증이 늘어난 것이다. 이런 경우는 심전도에서 ST 분절 상승 현상이 없다. 이에 ST분절 비(非)상승 심근경색증으로 분류한다.

한국심근경색연구회 자료에 따르면, 2005년 한국인 심근경색증은 큰 줄기가 막히는 ST 상승형이 전체의 64.7%를 차지했다. 그러다 점점 ST 분절 비(非)상승형이 늘더니 2012년 경에는 양쪽 비율이 같아졌다. 이후 비상승형이 더 많아져서 최근에는 전체의 50%를 넘으며 더 많아졌다.

◇은둔형은 증상 모호, 진단 늦어질 수도

은둔형이 늘어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요즘 심근경색증이 생겼을 때 방출되는 근육 단백질 트로포닌을 혈액 검사로 잘 찾아낸다. 심근경색증 진단 폭이 넓어진 것이다. 여기에 인구 고령화도 영향을 미쳤다. 오래 살다 보니 작은 관상동맥들이 막혀서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ST분절 비상승 환자 증가 추이

화산 폭발형 심근경색증은 주로 담배 피우는 사람에게 잘 생기는데, 흡연율이 줄면서 화산형도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고혈압, 고지혈증 등이 있을 때 상당수가 약물 치료를 받아서, 대형 사고는 줄어든다는 분석도 있다.

비상승은 상대적으로 증상이 모호한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환자가 응급실로 오는 시간이 더 걸린다. 화산 폭발형은 심근경색증 증상 발생 후 관상동맥 시술까지 시간 중앙값이 119분인 반면, 은둔형⋅변방형은 196분이었다(한국심근경색연구회 2019년 자료).

변방형 심근경색증 증상은 다소 모호할 수 있다<그래픽 참조>. 30분 이상 은근한 가슴 통증이 지속될 경우 의심해야 한다. 그 밖에 가슴이 묵직하거나, 메스꺼움, 어지럼증, 이유를 알 수 없는 발한 등이 생길 수 있다.

발생 가능성이 큰 사람은 일반적인 심근경색증 발생 위험 그룹과 비슷하다. 고령자, 고혈압,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 가족 중에 심장병이나 뇌졸중 환자가 있거나 있었던 사람 등은 조심해야 한다. 코로나19 감염도 발생 위험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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