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로 대박난 넷플릭스, 망 사용료 안내고 버티기?

변희원 기자 2021. 11. 3.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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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필드 수석부사장 급거 한국 방문.. 정·관계 돌며 설득 작전
지난 2일 한국을 찾은 딘 가필드 넷플릭스 공공정책 부사장이 3일 국회에서 이원욱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면담하고 망 이용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위원장은 “넷플릭스가 망 이용료를 부담하지 않는 것이 국내 사업자에게는 역차별이 된다”고 말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인 흥행을 이끈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와 국내 통신업체 간의 망 이용료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SK브로드밴드 등 통신업체들은 트래픽이 폭증한 넷플릭스 때문에 막대한 인터넷망 증설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며, 넷플릭스가 이용료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넷플릭스는 “콘텐츠의 안정적인 전송은 통신사업자의 몫”이라며 거부하고 있다.

망 이용료 논란이 확산되면서 넷플릭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딘 가필드 넷플릭스 공공정책 수석부사장이 방한해 2일 김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과 면담을 가졌고 3일에는 국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를 찾았다. 가필드 부사장의 정·관계자 면담은 넷플릭스 측에서 요청했다. 가필드 부사장은 이 자리에서 넷플릭스의 기존 입장을 다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지난 7월 국회에서 망 이용 대가 지불 관련 법안이 발의된 데다 최근 대통령까지 넷플릭스를 겨냥한 발언을 하면서 넷플릭스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것 같다”고 했다. 지난달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김부겸 국무총리와의 회동에서 “글로벌 플랫폼은 그 규모에 걸맞게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며 “합리적 망사용료 부과 문제와 함께 플랫폼과 제작업체 간 공정한 계약에 대해서도 챙겨봐달라”고 말했다.

그래픽=송윤혜

◇3년 새 트래픽 24배 늘어

망 이용료 논란은 2019년 말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의 망 이용료에 대해 방통위에 중재를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중재안이 나오기도 전에 넷플릭스는 법원에 “SK브로드밴드에 내야 할 돈(망 이용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달라는 민사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6월 1심 판결에서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고 넷플릭스가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법정 싸움으로 이어지던 넷플릭스의 망 이용료가 최근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른 것은 ‘오징어 게임’ ‘D.P’ 등이 흥행하면서 트래픽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자사 망에서 발생시키는 트래픽은 2018년 5월 초당 50Gb(기가비트)에서 지난 9월 초당 1200Gb 수준으로 약 24배 급증했다. 넷플릭스가 발생시키는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망을 증설하면서 회사의 비용이 계속 늘고 있다는 게 SK브로드밴드의 주장이다.

넷플릭스는 전송 과정에 대한 비용은 통신사업자가 감당할 몫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 1조원을 들여 한국 사용자들이 자주 찾는 정보를 따로 모아두는 별도의 서버(캐시 서버)를 일본에 구축해 인터넷 과부하 현상을 줄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SK브로드밴드는 “가까운 해외에 캐시서버를 설치해도 국내에서 전송하는 데이터 양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국내 기업들 “우리만 내는 망이용료는 역차별” 주장

국내 기업과의 역차별 논란도 나온다. 지난달 21일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망 이용료에 관한 질의에 “역차별 문제에 고민이 있다”며 “네이버가 망 비용을 낸다고 한다면, 망을 훨씬 더 많이 쓰는 해외기업도 같은 기준으로 내는 게 공정하다”며 넷플릭스를 우회적으로 저격했다.

실제 네이버와 카카오와 같은 국내 사업자들은 통신사에 연간 700억~1000억원의 망사용료를 내고 있다. 하지만 올해 국내 트래픽 발생량의 78.5%는 구글,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사업자가 차지하고 국내 사업자 비율은 21.4%에 불과하다. 게다가 국내 트래픽 발생 2위인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1위인 구글도 망 이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해외에서도 현재 망 이용료에 대한 판결과 정책이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 프랑스에서 인터넷 사업자인 오렌지와 넷플릭스가 망 이용료 분쟁을 겪는 과정에서 대법원은 오렌지의 손을 들어준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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