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 싹틀 때부터 독성 단백질은 퍼져 있다
독성 단백질 '복제' 차단으로 치료 표적 바꿔야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노인성 치매의 주원인인 알츠하이머병은 연구하기 매우 어려운 질병이다.
발병하기까지 수십 년간 잠복해 진행하는 데다 확실한 진단은 사후 뇌 조직 검사를 해야 가능하다.
지금까지 알츠하이머병 연구가 생쥐 같은 동물 모델에 주로 의존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물 실험에선 독성 단백질이 뇌의 여러 다른 영역에 퍼졌을 때 알츠하이머병이 빠르게 진행하는 걸로 나왔다.
학계에선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과정을 묘사하는 데 '폭포수(cascade)'나 '연쇄반응' 같은 표현을 많이 쓴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알츠하이머병이 암과 비슷한 방법으로 진행한다고 믿는다.
미세한 독성 단백질 알갱이가 뇌의 한 영역에서 먼저 형성된 뒤 연쇄반응을 일으켜 뇌 전체로 퍼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알츠하이머병이 진행하는 방식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전혀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핵심은 알츠하이머병의 싹이 틀 때 이미 독성 단백질 알갱이가 뇌의 여러 영역에 퍼져 있다는 것이다.
이 발견은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대한 생각을 뿌리부터 바꿔야 한다는 걸 시사한다.
뇌 영역 사이의 독성 단백질 확산을 막는 기존 접근법으론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케임브리지대 산하 '영국 치매 연구소', 미국 하버드대 등의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수행했다.
관련 논문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실렸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 PET(양전자 방사 단층 촬영법) 스캔과 사후 뇌 조직 검사, 수학적 모델 분석 등을 통해 타우 단백질 알갱이가 뇌에 어떻게 퍼지는지 추적했다.
뇌 PET 대상엔 경증 인지 장애부터 중증 단계까지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다양하게 집어넣었다.
케임브리지대가 10년 넘게 걸려 개발한 화학반응 속도론(chemical kinetics) 기술이 독성 단백질 알갱이의 형성과 확산 모델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5개의 데이터 세트를 한데 묶어 동일한 수학적 모델로 돌려 보니, 여러 뇌 영역에서 각각 독성 단백질 알갱이가 복제되는 게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속도를 제어하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했다.
타우(tau) 단백질은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beta) 단백질과 함께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 물질로 꼽힌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선 타우와 아밀로이드 베타가 각각 뒤엉킨 매듭(tangles)과 플라크(plaques) 형태로 미세 알갱이를 형성한다.
이런 독성 알갱이가 퍼지면 뇌 신경세포가 사멸하면서 뇌의 체적이 줄어들어 기억력 손상, 성격 변화 등으로 이어진다.
논문의 공동 수석저자인 케임브리지대 화학과의 투오마스 놀스(Tuomas Knowles)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의 발달 과정에서 더 큰 효과를 보려면 (독성 단백질) 알갱이의 확산이 아니라 복제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게 발견의 핵심"이라면서 "아울러 불완전한 동물 모델 대신 인간의 데이터를 갖고 연구하는 가치가 이번에 분명히 드러났다"라고 말했다.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추적 연구에 인간의 데이터가 사용된 건 처음이라고 한다.
타우 단백질의 복제는 매우 느리게 진행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타우 단백질 알갱이가 뇌에서 복제되는 덴 최대 5년이 걸렸다.
다른 공동 수석저자이자 영국 치매 연구소 교수인 데이비스 클레너먼 경(Sir David Klenerman)은 "뇌의 뉴런(신경세포)은 이런 독성 단백질의 형성을 차단하는 데 놀랄 만큼 뛰어나지만, 효과적인 치료법을 개발하려면 더 잘하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진행 과정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이와 함께 환자의 뇌에서 타우 알갱이가 관찰되는 조발성 전측두엽 치매(FTD), 외상성 뇌 손상, 진행성 핵상 마비 등에 대한 연구도 병행하기로 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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