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요금 내야 승객은 '타고' 기사는 '콜 잡는다'..카카오T 갑질 도마위

김기덕 2021. 11. 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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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가맹택시 콜몰아주기 등 실태조사 착수
비가맹 택시 배차혜택 프로멤버십도 손질 예고
신고·등록하는 중개업에 속해 제재에 한계점도
국토부 "모니터링 후 제도개선 명령 등 고려 중"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시가 택시업계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카카오택시에 대해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비가맹 택시를 대상으로 ‘배차 우선 혜택’을 주는 프로멤버십 제도를 뜯어고치고, 카카오 가맹택시에 대한 ‘콜 몰아주기’ 운영 실태 조사를 위해 암행단속식 현장 단속에 착수했다. ‘카카오T 유료화의 신호탄’으로 불리는 유료 멤버십 폐지에 지방자치단체가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근본적으로 카카오택시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 내부의 호출시스템 알고리즘을 파악하기는 어려운데다 제도상으로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가 불가피해 ‘보여주기식 규제’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카카오T 가맹 택시.(사진=이데일리 DB)
◇가맹택시에 ‘콜 몰아주기’ 만연…미스터리쇼퍼 방식 조사

3일 서울시에 따르면 택시 플랫폼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카카오택시의 호출 앱을 이용한 골라태우기, 가맹택시 우선배차 서비스 등 불법 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시 암행단속반이 이달 말까지 실태조사를 진행한다. 단속반은 미스터리 쇼퍼(고객으로 가장해 기업의 직원 서비스 따위를 평가하는 사람)로 가장해 직접 택시를 호출하고 탑승해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중점 단속 대상은 카카오택시가 자사 가맹택시에 대한 콜 몰아주기 여부다. 또 택시 호출앱을 악용해 예약표시등을 켜놓고 장거리 승객을 골라태우는 행위 등을 집중 단속할 방침이다.

현재 전국 택시 25만대 중 서울 지역 택시는 7만2000여대로 30%에 달한다. 서울 택시 8대 중 1대 꼴인 약 1만대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가맹택시(카카오T블루)다. 이들 카카오 가맹택시에게 요금이 더 나오는 먼 거리나 도심 등 선호지역 우선 배차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택시업계에서는 만연한 상황이다. 지난달에는 택시 단체들이 카카오 가맹택시에 대한 콜 몰아주기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 현재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카카오T 가맹 택시를 운영하는 한 기사는 “카카오T블루는 콜이 올 때 수락하지 않아도 일반과 달리 자동배차되는데다 수수료도 훨씬 많이 내기 때문에 자동 배차가 훨씬 더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다만 카카오T측에서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지난달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콜 몰아주기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1 제공)
시 단속반은 지난달부터 최종 목적지까지 거리가 비교적 짧은 2~3km, 장거리인 10~15km에서 각각 카카오T 일반호출을 통해 택시를 호출한 뒤 가맹택시와 비가맹 택시의 배차 비율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 지역 전체 택시의 15% 남짓한 카카오 가맹 택시가 선호 지역에서 콜 수락률이 높을 경우 ‘몰아주기 배차’로 판단, 이를 시정 조치할 계획이다.

카카오가맹 택시에 대한 과도한 수수료 챙기기도 택시업계를 위기로 만들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문충석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은 “카카오T 블루에 대한 가맹의 대가로 매출액의 20% 달하는 수수료(지원금 보조 등을 제외하면 최종 3.3% 납부)를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택시업체에 상당한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며 “독점적 플랫폼사업자에 대한 규제방안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료서비스로 생태계 교란”…프로멤버십 폐지 건의

카카오T가 올 3월 비가맹 택시기사를 상대로 도입한 프로 멤버십도 대거 손질될 전망이다. 이 상품에 가입한 택시기사들은 배차 서비스 가입을 조건으로 ‘목적지 부스터’(원하는 지역·목적지 확인 후 우선 배차)나 실시간 콜 현황정보 제공 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를 두고 택시업계에서는 호출 앱 시장을 장악하는 카카오가 유료 배차 서비스를 무기로 지나친 장삿속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유료 서비스에 대한 정치권과 관련업계의 지적이 잇따르자 카카오모빌리티는 프로멤버십 요금을 기존 월 9만9000원에서 3만3000원으로 인하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유지되는 한 수요가 많은 지역으로 쏠림 현상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서울시는 궁극적으로 제도 폐지를 추진할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승객 수요가 많은 주요 도심으로 프로멤버십 가입 택시기사들이 몰리면 변두리 등 나머지 지역은 일반 택시도 잡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달 안에 현장 조사 결과가 나오는대로 콜 몰아주기나 프로멤버십 폐지 등을 관할부처인 국토부에 건의하고 제도 개선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법인택시 회사 주차장에 운행 나갈 카카오택시들이 주차돼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국토부 관계자는 “택시기사들이 우월적 시장 지위를 가진 특정 업체의 유료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으면 사실상 콜을 잡기 어렵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지만 사실상 운영 방식 등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해당 업체에 협조 요청을 하거나 제도 개선 명령을 내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덕 (kidu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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