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작 선보인 독일 신라이프치히 화파 대표 부부 작가

채지선 2021. 11. 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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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 현대미술에 포함되려고 추상화를 그리는 등 노력했던 시절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내 제가 갈 길이 아닌 걸 깨달았죠. 이후 다른 사람이 무엇을 하든 신경 쓰지 않기 시작했어요. 저만의 길을 개척했고, 지금은 저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고 생각해요."

신라이프치히 화파의 대표 작가 네오 라우흐는 그의 아내이자 신라이프치히 화파 내에서 흔치 않은 여성 작가인 로사 로이가 함께 참여한 '경계에 핀 꽃'이라는 전시를 서울 강서구 스페이스K 서울 갤러리에서 개최하며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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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 라우흐, 로사 로이 2인전 '경계에 핀 꽃'
스페이스K 서울서 내년 1월 26일까지
독일 신라이프치히 화파를 대표하는 작가 로사 로이(왼쪽)와 그의 남편 네오 라우흐 작가가 서울 강서구 스페이스K 서울 갤러리에 걸린 협업작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페이스K 제공

“대세 현대미술에 포함되려고 추상화를 그리는 등 노력했던 시절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내 제가 갈 길이 아닌 걸 깨달았죠. 이후 다른 사람이 무엇을 하든 신경 쓰지 않기 시작했어요. 저만의 길을 개척했고, 지금은 저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고 생각해요.”

신라이프치히 화파의 대표 작가 네오 라우흐는 그의 아내이자 신라이프치히 화파 내에서 흔치 않은 여성 작가인 로사 로이가 함께 참여한 ‘경계에 핀 꽃’이라는 전시를 서울 강서구 스페이스K 서울 갤러리에서 개최하며 이렇게 말했다. 신라이프치히 화파는 독일 통일 이후의 라이프치히 출신 회화 작가를 일컫는 말로, 이들의 작품에선 사회주의 리얼리즘에서 추구했던 구상성이 두드러지는 게 특징이다.

네오 라우흐의 '밀어닥침'. 새로운 것이 밀려드는 와중에 전통적인 것을 고수하려는 작가의 무의식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라이프치히 화파는 미디어아트 등에 밀려 입지가 좁아진 회화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스페이스K 제공

네오 라우흐의 그림은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여러 파편이 모여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래서 그 파편들을 이어 붙여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건 독자의 몫이다. 예컨대 ‘밤의 수호자’라는 그림을 보면, 한 남자가 눈을 뜬 채 누워 있고, 그 앞에 집게발을 든 여성과 밀대를 든 남성이 서 있다. 이장욱 수석 큐레이터는 “집게발을 든 여성은 쓸데없는 것을 편집해주고, 청소도구를 든 남성은 필요 없는 것을 닦아내 지워주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큰 전시 등을 앞두고 잠을 잘 못 자는 작가가 그의 부모를 자신을 지켜주는 사람으로 표현한 것처럼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로사 로이의 '만유인력'. 비슷한 얼굴의 또 다른 인물은 상상 속의 친구 또는 또 다른 자아를 의미한다. 스페이스K 제공

로사 로이의 그림에는 활동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의상’이라는 제목의 작품은 밤에 옷감을 만드는 여성을 다루는데, 남성의 이름 뒤에 가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많은 일을 했던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빨간 부츠를 신은 여성들이 자주 나오는 것은, 용감함을 상징하기 위해서다. 어떤 상황에서건 맞서 싸울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로사 로이는 “옛 동독 시절에는 여성이 사회적으로 평등한 위치에 있었지만 통일이 되면서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며 “그림으로써 여성을 돕고 남녀평등을 더 추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30년 넘게 부부 생활을 이어 온 두 작가의 협업작도 볼 수 있다. 한 명씩 하나의 캐릭터를 그리는 식으로 수차례 주고받은 끝에 완성한 것인데, 각 작가의 작품을 둘러본 후라면 각각의 캐릭터를 누가 그린 것인지 간파해낼 수 있다. 전시는 내년 1월 26일까지.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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