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한 명에도 벌벌 떠는 중국..'제로 코로나' 언제까지 고수할까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2021. 11. 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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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초등학교서 교사 1명 확진 판정 받자
학생 등 1900명 귀가 막고 전수 검사

내년 2월 동계올림픽 앞두고 ‘노심초사’
코로나 종식 선언 ‘성과 흠집’ 우려도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 앞에 설치된 검사 부스에서 코로나19 핵산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시 차오양(朝陽)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지난 1일 교사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당국은 즉시 통제 조치에 들어가 해당 학교와 확진자의 아들이 다니는 인근 중학교의 학생·교직원 1900여명의 귀가를 막고 전수 검사를 진행했다. 밤새 학교에 갇혀 있던 학생들은 다음날 새벽 5시쯤 핵산검사 결과가 모두 음성으로 나온 뒤에야 귀가할 수 있었다. 그나마도 일부 밀접 접촉자는 격리 시설로 옮겨졌고, 나머지는 모두 14일간의 자가 격리와 7일간의 건강 모니터링을 진행하도록 했다.

지난달 31일에는 상하이 디즈니랜드에 비상이 걸렸다. 전날 방문객 중 1명이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되면서다. 당국의 폐쇄 조치로 관람객 3만3800여명의 발이 묶였고, 전원이 핵산검사를 받은 뒤 결과를 확인하고서야 밤 늦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무관용 원칙’을 부르짖는 중국의 엄격한 방역 정책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지난 2일 하루 동안 중국 전역에서 모두 109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고 3일 밝혔다. 해외 유입 사례를 제외한 본토 내 확진자는 모두 93명이다. 방역 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최근 몇 달 새 가장 많은 확진자 숫자이기 때문이다. 인구 규모 등을 감안할 때 다른 나라 사례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제로(0)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는 중국으로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하루 수십명의 확진자가 발생하자 중국 방역당국은 연일 “병세가 심각하고 복잡하다”며 지역간 이동 자제 등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세계 각국이 서서히 닫았던 국경을 열고 단계적 일상회복을 추진하고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제로 코로나에 집착하고 있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주민들을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고 이동을 통제하는 식의 강력한 봉쇄조치도 여전하다. 외신들은 언제까지 이런 방식의 방역 정책이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중국 내부에서도 불만이 없지 않다. 미얀마 접경 지역인 윈난(雲南)성 루이리(瑞麗)시에서는 7개월째 방역 정책에 따른 봉쇄와 해제가 반복되자 주민들이 하나둘 지역을 떠나며 인구가 절반 이하로 줄었고, 남은 주민들은 생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최근 닝샤(寧夏)회족자치구에서는 한 남성이 코로나19 통제 조치에 불만을 품고 공안을 개에 비유하는 게시물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체포되는 일도 있었다.

중국 정부의 입장은 완강하다. 위건위는 최근 “모든 지역이 외부 유입을 방어하고 지역 발생을 막는 정책을 확고히 해야 한다”며 “현재의 통제 조치는 완화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호흡기 질환 전문가인 중난산(鐘南山) 중국 공정원 원사도 “코로나가 너무 빨리 퍼지고 복제 지수가 높기 때문에 제로 코로나 정책은 불가피한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는 제로 코로나 정책이 비교적 저비용인 접근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고집하는 당장의 가장 큰 이유는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다.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코로나가 확산되면 중요한 국가적 행사에 찬물을 끼얹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큰 이유는 지난해 일찌감치 코로나 종식을 선언하며 대내외적으로 자랑했던 방역 성과에 흠집을 낼 수 없다는 데 있다. 중국은 지난해 효과적인 코로나19 통제로 다른 나라보다 빠른 경제 회복세를 보였고, 이를 체제 우월성을 선전하는 데 활용해 왔다. 이는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중요한 치적이고 장기집권에 있어서도 중요한 요소다.

때문에 동계올림픽 뿐 아니라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20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의 3연임이 결정되는 내년 가을까지도 중국이 강력한 방역정책을 풀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들은 중국의 방역정책에 대한 서방 언론의 공격을 자신들이 겪는 곤경에 함께 끌어들이려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당분간 무관용 접근법을 포기할 수 없다고 믿는다”면서 “향후 방역정책 변경은 국경을 개방한 다른 나라의 상황을 평가하고 참고 자료로 활용해 신중히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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