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맥의 고별사 "SSG에서의 5년, 내 야구인생 최고의 시간"

문학|최희진 기자 2021. 11. 3. 14:4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경향]

SSG에서 은퇴한 제이미 로맥이 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기자들과 인터뷰하던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최희진 기자


프로야구 SSG의 최장수 외국인 선수 제이미 로맥(36)이 오는 6일 고향 캐나다로 떠나기 전 팬들을 향해 사랑과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로맥은 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기자들과 만나 “SSG에서 보낸 지난 5년은 내 야구인생에서 최고의 시간이었다”며 “야구뿐만 아니라 인천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우정을 쌓은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2017년 SK(SSG의 전신) 유니폼을 입고 한국 야구에 등장한 로맥은 올 시즌까지 5년을 한 팀에서 뛰며 통산 타율 0.273, 610안타, 155홈런, 409타점을 기록했다. 로맥은 정규시즌 최종일인 지난달 30일 KT전이 끝난 뒤 은퇴 의사를 밝혔다. 외국인 선수가 KBO리그에서 은퇴를 선언한 것은 드문 일이다.

이날 로맥은 유니폼이 아닌 흰 셔츠를 입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그는 “야구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성인이 된 후에는 야구선수로 살았다. 유니폼을 벗고 셔츠를 입었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이제 야구를 끝내고 일반인의 생활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로맥이 은퇴를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가족이었다. 그는 “지난해 (코로나19 유행 탓에)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면서 마음이 힘들었다. 지난해 3월 둘째 아들이 태어났는데 8개월간 보지 못했다”며 “올 시즌에 들어가면서 올해가 마지막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로맥은 기억에 남는 동료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SSG에 처음 합류하던 시기를 떠올렸다. 그는 “모든 동료가 고맙다. 한 명을 꼽기 어렵다”며 “김강민, 박재상, 박정권, 박정배, 나주환 등 베테랑 선수들이 기억난다. 그들이 워낙 잘해줘서 팀에 적응하기가 쉬웠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결정지은 7차전이다. 로맥은 “1점 차로 이기고 있었고 잠실구장 1루에 내가 서 있었다. 9회말 김광현이 불펜 문을 열고 뛰어나올 때 소름이 돋았다. 그가 몸을 풀고 있는지 몰랐다”며 “김광현을 보면서 9회말을 잘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다 같이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5년을 뛴 로맥은 KBO리그의 한 시절을 지켜본 산증인이기도 하다. 그는 인상적이었던 선수로 더스틴 니퍼트와 이승엽(이상 은퇴), 최형우(KIA), 강백호(KT)를 지목했다. 그는 “니퍼트는 외국인 선수의 이상적인 기준을 수립한 선수다. 한국에서 엄청난 업적을 이뤘다. 이승엽과 최형우도 존경할 만한 타자들”이라고 했다. 이어 “강백호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18년 리그에 왔을 때 그의 경기를 보는 게 좋았다. 어린아이처럼 즐겁게 야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그는 자신감이 넘쳤고 놀라운 능력을 가졌다”고 말했다.

로맥은 한국에서 보낸 시간에 후회가 없다고 했다. 그는 “5시즌을 뛰면서 3차례 포스트시즌에 갔다. 이기는 선수가 되고 싶었는데 그 목표는 이룬 것 같다”고 말했다. 앞날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 그는 “가족을 돌보는 가장의 역할에 충실하고 싶다. 숨 고르기를 하는 시간이라 미래를 결정하기엔 이르다”며 “야구를 하는 다음 세대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은 있다”고 말했다.

로맥은 팬들과, 거주지였던 인천 송도의 주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로맥은 “내 유니폼을 경기장에 걸어놓은 팬들, 팬들이 보내준 선물과 편지 모두 너무 감사하다. 이 감사함을 평생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송도에 정착했을 때 처음 1~2년은 사인이나 사진 요청이 많았다. 그러나 그 후로는 주민들이 나를 제이미라고 부르며 편하게 대해줬다”며 “내가 이들의 일원이 됐다는 것을 느꼈다. 이곳이 나에겐 제2의 고향”이라고 말했다.

문학|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