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바흐-류재준 첼로곡' 위로

기자 2021. 11. 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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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는 인간의 목소리와 가장 닮은 음색을 갖고 있어 친근하게 느껴지는 현악기다.

첼로의 진가를 보여준 작품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여섯 개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다.

그는 소년 시절 고악보 가게에서 먼지에 뒤덮인 바흐의 첼로 모음곡 악보를 발견한 뒤 오랜 연구 끝에 이 곡을 연주하고 녹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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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첼로는 인간의 목소리와 가장 닮은 음색을 갖고 있어 친근하게 느껴지는 현악기다. 따뜻하고 깊은 저음은 해질 무렵의 가을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첼로는 피아노, 바이올린과 어우러지는 피아노 3중주나 비올라, 첼로와 함께 하는 현악 3중주에서는 낮은 음역을 담당해 조연처럼 인식되기도 하지만, 베이스에서 소프라노까지 다양한 음역대에서 풍부한 음색을 표현할 수 있어 독주 악기로도 손색이 없다. 앙상블을 구성할 경우 오케스트라와 같은 화음을 낼 수 있는 다재다능한 악기다.

첼로의 진가를 보여준 작품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여섯 개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다. 첼로 솔로를 위해 쓰인 최고의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데, 스페인 카탈루냐의 첼리스트 파블로 카살스 덕분에 세상에 알려졌다. 그는 소년 시절 고악보 가게에서 먼지에 뒤덮인 바흐의 첼로 모음곡 악보를 발견한 뒤 오랜 연구 끝에 이 곡을 연주하고 녹음했다. 이후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 요요마 등 정상급 첼리스트들이 앞다퉈 이 곡을 녹음했는데, 카살스 음반이 가장 바흐답게 연주한 교본으로 통한다. 요요마는 현대적 감각으로 해석한 음반으로 1985년 그래미상 최고 기악연주자상을 받기도 했다.

바흐의 첼로 모음곡은 그간 바이올린과 비올라, 피아노 등 다양한 악기들로 편곡됐는데, 지난달 30일 저녁 서울 롯데 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국제음악제 폐막 공연에서는 작곡가 류재준이 재해석한 ‘12대의 첼로를 위한 콘체르탄테’가 초연됐다.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이기도 한 그는 바흐의 첼로 모음곡을 12대의 첼로를 위해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다이아몬드 원석 가공에 비유했다. “가공사의 정밀한 손끝에서 눈부신 보석이 만들어지듯, 이 곡에 숨겨진 고귀한 선율을 세공하며 환희를 느꼈다”고 했다. 카살스가 연주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 바로크 시대의 내면적 성찰을 보여줬다면, 양성원·송영훈 등 국내 정상급 첼리스트 6명과 아르토 노라스 등 외국 첼리스트 6명의 앙상블로 선보인 류 감독의 작품은 흥미롭고 복합적인 요즘 세상을 바흐적 영감으로 표현했다. 12명의 첼리스트가 빚어낸 웅장하고 다채로운 하모니는 만추의 이미지와 닮았다. 코로나 팬데믹에 지친 이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음악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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