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에요

한겨레 2021. 11. 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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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달리는 야간열차입니다.

열차 안에는 막 태어난 갓난아기부터 내일을 기약하지 못하는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의 승객들이 타고 있습니다.

"이 돈 보따리를 다 줄 테니 나를 내리지 않게 해주시오." 그러나 열차가 정거장에 멈추자 빈 몸으로 쓸쓸하게 내려야 했습니다.

야간열차를 탄 승객은 내려야 할 정거장이 다를 뿐이지 내려야 한다는 사실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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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문병하목사의 희망충전]

사진 픽사베이

인생은 달리는 야간열차입니다. 열차 안에는 막 태어난 갓난아기부터 내일을 기약하지 못하는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의 승객들이 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열차에 탄 승객은 귀에 종소리가 들리면 나이와 상관없이 정해진 정거장에 빈손으로 홀로 내려야 합니다.

어떤 사람이 열차 안에서 부지런히 장사를 해서 많은 돈을 벌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의 귀에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승객은 내리지 않겠다고 발버둥을 치면서 외쳤습니다. “이 돈 보따리를 다 줄 테니 나를 내리지 않게 해주시오.” 그러나 열차가 정거장에 멈추자 빈 몸으로 쓸쓸하게 내려야 했습니다.

심오한 철학과 감동적인 논리로 사람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도 귀에 종소리가 나자 어쩔 수 없이 열차에서 내렸습니다. 열차에 남은 이들은 그가 남긴 글을 통해서 오랫동안 그를 기억했습니다. 열차 안을 분주히 돌아다니면서 가난한 사람들과 병든 사람들을 열심히 돕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젊은 나이에 과로로 쓰러져서 귀에 울리는 종소리를 듣고 열차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몇몇 사람은 그의 삶을 추모하며 그가 하던 일을 본받아 그 일을 이어서 했습니다.

한 사람이 창문 곁에 서서 캄캄한 창밖을 보라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언젠가는 이 열차에서 내려야 합니다. 그러나 이 열차가 전부가 아닙니다. 열차 밖에 새로운 세상이 있습니다. 그러니 절망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종소리는 마지막을 알리는 신호가 아닙니다. 오히려 영원한 세계를 향하여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사인입니다!” 그러나 그도 귀에서 종소리가 나자 정거장에서 내렸습니다. 열차에 탄 승객은 각자 자기 취향에 맞는 일을 하다가 귀에 종소리가 울리면 어김없이 정거장에 내립니다. 지금도 야간열차는 묵묵히 캄캄한 어둠을 뚫고 달리고 있습니다.

그림 픽사베이

우리가 사는 세계는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애를 씁니다. 그러나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한 말처럼 정말 소중한 것은 눈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사랑, 신뢰, 믿음, 정의, 생명 등 정말 우리가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은 보이는 것에 일희일비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한결같습니다. 늘 만나는 사람도 그 모습은 보이지만 그 마음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것은 감사입니다. 주어진 환경이 어렵더라도, 주위의 사람이 부담스럽다 할지라도 감사하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됩니다. 지나온 과거에 대해 원망하지 말고,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해 걱정하지 말고, 지금 마주하는 일에 대해 평가하기보다는 감사하는 것입니다. 설사 그것이 내 기분에 맞지 않는다 할지라도 내가 당한 불행조차도 감사하게 되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됩니다. 감사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눈이기 때문입니다.

감사의 눈은 낯익은 것을 낯선 것으로 바라보는 것으로부터 열리게 됩니다. 내가 길들인 또는 나를 길들인 낯익은 것을 감사하는 낯선 눈으로 바라보면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차리게 될 것입니다. 야간열차를 탄 승객은 내려야 할 정거장이 다를 뿐이지 내려야 한다는 사실은 같습니다. 그것을 알아차렸다면, 지금 여기서 무엇이 제일 소중한가를 아는 눈이 열리기만 하면 행복한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문병하 목사/양주 덕정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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