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박원순표 사업' 정조준..예산 삭감 이어 고강도 감사
서울시가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시절 추진된 사업들의 내년 예산을 대거 삭감한 데 이어 태양광 사업 등 이른바 '박원순표 사업'에 대해 대대적인 감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감사 결과 횡령 등의 혐의가 파악된 업체들에 대해서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고발했습니다.
전임 시장 시절 이뤄진 민간보조·위탁사업의 '잘못된 관행'과 '비정상'을 바로잡겠다며 '서울시 바로 세우기'를 전면에 내걸었던 오세훈 시장이 박원순표 사업에 잇따라 제동을 걸고 나선 것입니다.
오 시장은 올해 9월 '서울시 바로 세우기'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지난 10여 년간 시민사회 분야 민간보조와 민간위탁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뿌리박힌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모든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예산 삭감으로 타격을 입게 된 관련 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후폭풍도 거셉니다.
오늘(3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 감사위원회는 노들섬 복합문화공간 민간위탁사업비를 횡령한 혐의로 노들섬 운영업체를 지난달 13일 서울경찰청에 고발했습니다.
민간위탁사업비는 관련 규정 등에 따라 회계연도가 종료되면 잔액을 시에 반납해야 하지만 감사 결과 계약서를 허위 작성해 대금을 다시 돌려받는 수법으로 약 5천600만 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한 사실이 적발됐다는 게 감사위원회의 설명입니다.
감사위원회는 자금 세탁 용도로 비자금을 활용한 혐의도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8월 30일부터 지난달 8일까지 한 달 넘게 노들섬 복합문화공간 조성 및 운영실태에 대해 감사를 벌였습니다.
노들섬은 과거 오 시장 재임 시절 오페라하우스 조성이 추진됐지만, 사업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표류하다 박 전 시장 재임 시절 현재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서울시는 또 박 전 시장 재임 때 베란다형 태양광 보급 사업에 참여한 일부 업체를 불법 하도급 등의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습니다.
시는 감사 결과 이 같은 정황을 파악해 최근 서울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으며, 지난 8월 보조금을 받은 뒤 고의로 폐업한 것으로 의심되는 태양광 업체들도 경찰에 수사 의뢰했습니다.
서울시는 박 전 시장 재임 시절 추진한 태양광 확대 등 '원전하나줄이기' 사업도 종료했습니다.
서울시는 '원전하나줄이기' 1∼2기 사업 기간이 끝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오 시장은 올해 8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태양광 사업 재고하라! 이 정도면 사기 아닙니까?'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박 전 시장 시절 이뤄진 태양광 보급사업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법적 대응 방침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이어 지난 9월에는 사회주택을 비롯한 민간보조·위탁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예고했습니다.
오 시장은 이달 1일 시청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설명회에서 감사 일정과 관련해 "감사 결과는 아마 11월 중으로는 윤곽을 드러내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11월 중순에 두어 개, 11월 말에 세 개 정도를 시민에게 공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가 내년도 시 예산에서 민간보조·위탁사업 예산을 대거 삭감하자 관련 단체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서울시 바로 세우기' 관련 민간위탁·보조사업의 내년 예산을 832억 원 삭감하고 TBS 출연금도 123억 원 깎았습니다.
서울시 민간위탁 법인들과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퇴행적인 오세훈 서울시정 정상화를 위한 시민행동' 준비위원회는 서울시의 예산안 발표 다음 날인 어제(2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방적이고 폭력적으로 자행되는 예산 삭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오 시장을 향해선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무차별적인 표적 감사와 선정적 여론몰이에 몰두하고 있다"며 "서울시의회는 서울시를 사유화하고 민주주의와 공공성을 위협하는 퇴행적인 '오세훈 서울시정'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청년, 주거복지, 지역사회 등 분야별로 예산 삭감 규탄 기자회견을 연속적으로 열 예정입니다.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와 서울주거복지센터협회도도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의 청년 참여 예산 삭감과 민간위탁주거복지센터 일괄 철회 방침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잇따라 열었습니다.
TBS 프로듀서협회는 1일 성명을 내고 서울시의 TBS 출연금 삭감에 대해 "언론탄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협회는 "(삭감 금액은) TBS의 TV와 라디오 제작비 97%에 해당하는 금액"이라며 "이대로라면 TBS에서 이뤄지는 모든 방송 제작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발된 노들섬 운영사 측은 "필수 비용을 제외하면 정작 사업비는 2억∼3억 원 수준인 상황에서 횡령이 어떻게 가능한지 의문이고 횡령의 동기 역시 없다"며 "필요한 부분은 적극적으로 소명하고 대응할 예정"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