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라이, 이단아, 비주류, 외골수 손웅정, 세상을 향해 내민 손짓과 같은 '자기 소개서' 출간

김세훈 기자 2021. 11. 2.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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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축구 스타’ 손흥민(29·토트넘)의 아버지, 아니 가난한 집안 아들, 빠르기만 한 꼬마, 진학 구습에 맞선 반항아, 통금에도 뛴 연습벌레, 조기 은퇴한 변변치 않은 프로선수, 막노동판에서 당당하게 일한 일꾼, 괴짜 지도자 손웅정씨(59)가 책을 냈다.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는 제목으로 출간된 이 책에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손씨의 삶이 고스란히 담겼다.

‘축구보다 사람이 먼저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나처럼 하면 안 된다’, ‘미쳐야 미친다’, ‘기회는 준비가 행운을 만났을 때 생긴다’ 등이 소제목들이다. 축구로 설명한다면 죽을 힘을 다해 상대를 쉼없이 압박하는 제목들이다. 읽으면서 혼자 너무 많은 힘을 쏟은 삶, 자신에게 철두철미한 시간, 기본과 자세를 중시하는 인생관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강하게 느껴졌다. 손흥민을 키우면서 겪은 수많은 일화는 소소한 읽을 거리일뿐, 모든 게 ‘인간’ 손웅정 소개서다.

손씨는 초등학교 시절 육상선수를 했다가 우연히 축구를 했다. 그저 빠르다는 것 단 하나만으로 말이다. 축구를 너무 좋아했지만 스스로 “마발이 삼류축구선수”라고 할 정도로 기술이 부족했다. 손씨는 “나처럼 축구 하면 안된다”면서 “나와 정반대로 가르쳐야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렇게 내린 3대 결론은 기본기, 몸 밸런스, 공 감각이었다.

손씨는 흥윤, 흥민 두 아들에게 자신과 다른 축구를 지도했다. 목표는 “공과 내가 하나가 되는 것”이었다. 기본기를 오랫동안 지도했다. 손씨는 “축구를 배운다는 것은 기본기를 배우는 오랜 여정의 시작일뿐”이라며 “흥민이가 기본기를 배우는데는 7년이 걸렸다”고 회고했다. 왼발을 잘 쓰게 하기 위해서, 아니 왼발도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 바지 입을 때, 양말 신을 때, 축구화 끈 조일 때, 운동장에 들어설 때 왼발부터 하게 했다. 하루에 왼발 슈팅 500개, 오른발 슈팅 500개를 차게 한 적도 있었다. 공을 100개를 사서 마치 테니스 연습하듯 슈팅 연습을 시킨 일화도 소개됐다. 선수 시절 새벽 운동을 빠지지 않은 연습벌레였는데 지도자로서도 그랬다. 손씨는 노벨 문학상을 받은 미국 가수 밥 딜런의 “가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항상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인용하며 “겸손하고 성실하게 기본기를 반복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손씨는 축구는 개인운동이라고 말한다. 개인기량이 강해야 결국 팀도 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흥민을 훈련시키면서도 강한 중요한 것은 개인기였다. 손씨는 “나는 기본기 없이 죽기살기로 뛰기만 해서 몸이 빨리 망가졌다”는 자기 경험을 아들은 겪지 않기를 바랐다. 손씨는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비교적 젊은 28세 은퇴했다. 그가 남긴 K리그 기록이라는 건 ‘프로 4년차, 통산 37경기 7골, 오른발 2골, 왼발 3골, 헤딩 2골’이 전부다.

손씨는 두 아들에게 “겸손하라”, “감사하라”,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미워라”는 세가지 교훈을 줄곧 강조해왔다. “초심을 잊지 말고 항상 자신을 되돌라봐라”, “축구는 위에서 보지만 삶은 아래를 봐라”, “마음을 비운 사람보다 무서운 사람은 없다”고 말이다. 그게 지금의 손흥민을 만들었다.

손씨는 공 차는 것,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것, 운동장에서 뛰는 것, 사색하는 것, 책읽는 것을 인생에서 본인이 가장 즐겨하는 다섯 가지라고 말했다. 책도 1년에 100권씩을 잃고 흥민이에게 30권씩 권유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도 본인이 독서를 통해 접한, 호루라기 소리같은 경구들까지 자주 등장한다.

손씨는 자신을 “엄한 아비” “야인 태생” “비주류” “또라이” “이단아”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동안 세상과 별로 소통하지 않은 자신만의 삶을 살아온 걸 자인했다. 이 책은 가난하게, 외롭게, 모든 걸 혼자 힘으로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는 외골수가 그동안 서로 등진 세상을 향해 먼저 슬쩍 내민 화해의 손짓으로 봐도 될 것 같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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