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박원순 지우기'

김기동 2021. 11. 2.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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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속담이 있다.

사람이 들어오는 건 크게 인식하지 못해도, 막상 있던 이가 없어지면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는 의미다.

TBS는 지난해 2월 별도 재단을 만들어 독립했지만, 여전히 수입의 70% 이상은 서울시 출연금이다.

지금은 서울의 명물로 자리 잡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전시행정'으로 간주하고 예산을 삭감하거나, 운영 방식을 놓고 갈등을 빚어 완공이 1년 이상 늦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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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속담이 있다. 사람이 들어오는 건 크게 인식하지 못해도, 막상 있던 이가 없어지면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국 정치사에선 예외다. 정권·기관장 교체기면 어김없이 과거의 흔적을 지우느라 바쁘다. 정권 재창출을 해도 전 정부와의 차별화에 나선다. 박근혜정부가 검찰을 동원해 벌인 이명박정부 자원외교 수사나 노무현정부 때의 김대중정부 대북지원 비자금 조사가 대표적인 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그제 44조748억원이라는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을 내놨다. 올해 예산 40조1562억원보다 9.8% 늘어난 역대 최대다. “관행적·낭비적 요소의 재정지출을 구조조정하는 혁신을 담았다”지만 내용을 보면 ‘박원순 지우기’라는 말을 들을 법하다. 사회적기업·협동조합에 지원한 민간위탁 사업비 등 이른바 ‘박원순사업’ 예산을 832억원 줄였다. 예견된 일이다. 오 시장은 9월 ‘서울시 바로 세우기’라는 입장문을 통해 “10년간 서울시 곳간은 시민단체의 전용 ATM기로 전락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편향 논란을 빚고 있는 교통방송(TBS)에 대한 서울시 출연금도 123억원 삭감했다. TBS는 지난해 2월 별도 재단을 만들어 독립했지만, 여전히 수입의 70% 이상은 서울시 출연금이다. ‘언론 탄압’이라는 지적에 대해 오 시장은 “방송 내용 편성의 자유를 침해해야 언론 탄압”이라며 “예산 편성을 확대해석하는 것이 오히려 정치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물론 박 전 시장 역시 전임자인 오 시장 흔적 지우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금은 서울의 명물로 자리 잡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전시행정’으로 간주하고 예산을 삭감하거나, 운영 방식을 놓고 갈등을 빚어 완공이 1년 이상 늦어졌다. 한강 세빛섬(당시 세빛둥둥섬)을 둘러싼 법정다툼 역시 ‘오세훈 지우기’와 무관치 않다. 순항 여부는 서울시의회에 달려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시의회 전체 110석 중 더불어민주당이 99석을 장악하고 있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어제 TBS 라디오에 출연해 “(TBS 출연금 삭감이) 보복 삭감인지, 정치예산인지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했다. 갈 길이 멀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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