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 막히자 고금리 대출로..'부채 덫' 걸린 자영업자

윤지원 기자 2021. 11. 2.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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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저축은행·카드·보험 대출, 코로나19 이전 대비 ‘급증’
음식업·개인서비스업 많아…“폐업·재기 지원 강화를”

통계청이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9년9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밝힌 2일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에서 상인이 해산물을 팔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캐피털·카드 등 고금리 대출에 손을 벌리는 자영업자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전과 비교해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한 음식, 개인서비스업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대출 상환 시점이 앞당겨질수록 ‘부채 덫’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많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2일 오윤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시장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이 가계대출이나 사업자대출을 받은 개인사업자 444만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지난 8월 말 기준 대출 잔액은 사업자대출(572조6000억원)과 가계대출(415조9000억원)을 합해 총 988조5000억원에 달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직전인 2019년 12월 말 대비 21.3%(173조3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같은 기간 일반 가계대출 증가율(13.1%)의 1.6배 수준이다.

빚의 질도 나빠졌다. 개인사업자의 가계대출 증가세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제1금융권인 은행에서는 하락한 반면 비은행권에서는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지난 6월 대출 증가율은 전년 동월과 비교해 저축은행 17.5%, 카드 10%, 보험 7.8% 순이었다. 2019년 6월 저축은행, 카드, 보험의 대출 증가율이 각각 -1.1%, 3%, 4.5%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반면 8월 은행 대출 증가율은 6.5%로 오히려 2019년 동월(8.3%)보다 증가폭이 둔화했다. 오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총량관리 등으로 은행권의 자금 공급이 제한된 점도 개인사업자가 최근 고금리업권의 대출을 크게 늘리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종별로 보면,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12월과 비교해 올해 8월 총대출 잔액 증가폭이 큰 업종은 음식업(26.9%), 개인서비스업(20.9%), 제조업(11.5%) 순이었다. 코로나19로 매출 감소폭이 큰 업종일수록 고금리 대출을 더 많이 찾은 셈이다.

오 연구위원은“기준금리 인상, 가계대출 규제 강화와 함께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되는 과정에서 코로나19의 충격을 크게 받은 자영업자의 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경영이 악화된 자영업자에게는 폐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후의 재기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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